지구 30억년 이상 생명체 환경 유지 "운이 따른 결과"

비슷한 행성 찾아도 생명체 찾을 가능성 크지 않아
지구가 수십억년에 걸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한 것은 운이 따른 결과이며, 우주 다른 곳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해도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는 현재뿐만 아니라 지난 30억 년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후를 유지해 왔는데 이는 거의 전부, 적어도 일부라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는 약 6천600만년 전 공룡 대멸종을 가져온 소행성 충돌이나 슈퍼화산 폭발, 태양 플레어 등과 같은 행성의 생명체 환경을 위협하는 대멸종 사건을 여러차례 맞으며 위태롭게 유지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자 토비 티렐 교수는 슈퍼컴퓨터 시설 '이리디스'(Iridis)를 이용한 행성 진화 모의실험을 통해 지구의 생명체 환경이 필연이 아닌 우연의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했다. 티렐 교수는 지금까지 지구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임의의 행성 10만 개가 기후를 바꿔놓는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30억 년 이상 생명체를 유지하는 행성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들여다 봤다.

행성마다 100차례에 걸쳐 기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달리해가며 컴퓨터 모의실험을 진행 했으며, 축적된 자료를 통해 생명체 환경이 30억 년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극소수 행성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이나마 이를 유지하는 여러 행성에 퍼져있는 것인지를 들여다 봤다.

그 결과, 30억 년간 생명체 환경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난 행성들은 대부분은 생명체 유지의 개연성만 가질 뿐 필연성을 갖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모의실험에서 대부분의 행성은 일시적으로 생명체 환경을 가졌다가 다양한 기후 사건을 겪으며 30억년을 유지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

총 100차례 모의실험 중 한 차례 이상 생명체 환경을 30억 년간 유지하는 데 성공한 행성은 약 9%인 8천710개에 불과했다.

이 중 8천여개는 성공 횟수가 50차례 미만이었으며, 4천500개 행성은 10차례도 안 됐다. 100차례 모두 성공한 행성은 단 1개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수십억 년에 걸쳐 생명체를 유지하는 것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우연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티렐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지구가 그처럼 오래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행성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 따랐기 때문이며, 적어도 부분적으로 운이 작용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면서 "예컨대 조금 더 큰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다면, 또는 충돌 시기가 달랐다면 지구는 생명체 환경을 잃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외계 지적생명체가 지구 초기에 처음 생명체가 진화하는 것을 보고 수십억년 뒤 생명체가 유지될 확률을 산출할 수 있었다면 그 계산 값은 아주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 다른 곳에 이와 비슷한 초기 전망을 가진 지구를 닮은 행성이 있다면 우연한 기후 사건들로 인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추워져 궁극에는 생명체를 잃게 됐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