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활성화하려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대표 투자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TDF는 은퇴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15일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펴낸 ‘TDF의 성장 배경과 시사점’을 보면 작년 말 기준 국내에서 운용 중인 641개 TDF의 순자산액은 3조3242억원으로 집계됐다. TDF는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처음 선보였고, 2016년 삼성자산운용이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대폭 커졌다.
TDF 순자산 중 1조5000억원(46%)은 퇴직연금 자산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퇴직연금 자산 21조8000억원의 7%에 해당한다.
1994년 TDF를 시작한 미국은 한국보다도 퇴직연금의 비중이 훨씬 높다. 작년 말 TDF 자산 1조3960억달러(약 1525조원) 중 확정기여(DC)형 등 퇴직연금 자산이 1조2020억달러로 86%에 이른다.
보고서는 2006년 미국 연금법 개정으로 한국의 DC형과 같은 ‘401k’형 퇴직연금의 자동가입이 도입된 것이 TDF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가입자가 투자결정을 내리지 않은 경우 자동으로 투자(디폴트옵션)되는 기본 투자상품 중 하나로 TDF가 선택됐기 때문이다. TDF는 근로자의 은퇴 등 목표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해주기 때문에 퇴직연금 운용에 적합하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뱅가드에 따르면 자동가입 방식을 택한 퇴직연금 신규 가입자 중 78.7%가 TDF에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디폴트옵션이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으로 자동투자제도를 활성화하면서 TDF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홍 위원은 “국내 퇴직연금 자산이 원리금보장 상품 위주로 운용돼 수익률이 낮은 상황”이라며 “우선 기업과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TDF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대표 또는 추천 투자상품 목록에 올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