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클래식 성찬…음악 마니아 '설레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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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장들 줄줄이 초청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달 공연들이 취소됐지만 공연장과 공연기획사들은 평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내년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내놔야 해서다. 금호아트홀,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등이 지난 11일 2021년 공연 프로그램을 잇달아 발표했다.
'피아노의 전설' 비르살라제
美 포르테피아니스트 레빈 방한
플레트네프·레비트도 한국 찾아
내년에는 ‘전설’로 불리는 피아니스트가 대거 한국을 찾는다. 실내악 명가로 꼽히는 금호아트홀연세는 거장 연주자 둘을 국내로 초청한다. 호로비츠와 함께 20세기를 풍미한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79)와 미국을 대표하는 포르테피아니스트 로버트 레빈(74)이다. 레빈은 11월, 비르살라제는 12월에 독주회를 연다.류태형 음악평론가는 “비르살라제는 옛 소련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로, 슈만을 가장 잘 해석하는 연주자다. 레빈은 포르테피아노를 치는 원전 연주자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연주는 과거 음악 이론에 맞춰 연주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비르살라제와 함께 러시아 피아니즘을 완성한 미하일 플레트네프(63)도 내년 1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1978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냉전기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을 넘나들며 연주활동을 이어온 피아니스트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플레트네프의 내한 공연은 내년 가장 기대되는 무대로, 그는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예술인이다. 선율을 시처럼 풀어내는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준비한 공연에서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홍콩위크 2021’이다. 도이치그라모폰이 2019년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한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년 8월 한국을 찾아온다.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협연할 예정이다.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외 연주자를 다수 데려왔던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라인업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3)가 내년 5월 리사이틀을 열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 레비트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세계적인 음악축제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완주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이어 독일 베를린 음악축제,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까지 섭렵했다.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도 내년 9월께 한국을 찾아 독주회를 연다.
국내 대표 공연기획사인 크레디아도 해외 거장들을 국내에 불러모을 계획이다. 내년 4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듀오 공연을 시작으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5월)와 요요마(10월)의 리사이틀, 이탈리아 실내악 그룹 이 무지치와 소프라노 조수미 듀오 공연(12월) 등을 내년 프로그램에 넣었다.
내한 공연이 모두 취소된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해외 연주자들은 일반적으로 1년 전에 공연 계약을 맺는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한국을 찾는 연주자 대부분이 자가격리 2주를 감수한 것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희망 고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연 프로그램 등 세부사항을 제외하고는 자가격리 조건을 수용하고 계약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