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대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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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전력수급계획안 보니정부는 15일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계획안’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새로 짓고 탈(脫)원전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LNG 발전은 원자력발전에 비해 많은 이산화탄소(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LNG로 1GWh의 전력을 생산할 때마다 370t의 온실가스가 나온다. 석탄발전(760t)보다는 낫지만 탄소배출이 ‘0’에 가까운 원자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같은 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제9차 전력수급계획안’이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 2034년까지 17기로 축소
비싼 LNG발전 24기 늘리고
태양광은 보급속도 두배로 올려
소비자에 전기료 인상 불가피
2050 탄소중립 어려울 듯
태양광 계속해서 늘리기로
정부는 9차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태양광 보급 속도를 두 배 이상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현재 신재생에너지 설비 총량(20.1GW)을 넘어서는 22.6GW의 태양광·풍력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기존 목표치(29.9GW)보다 12.8GW 늘었다.이에 따라 향후 4년간 태양광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만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 깔리는 태양광을 면적으로 따지면 225.25㎢로, 분당신도시(19.6㎢)의 11.5배에 달한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비중(67%) 및 건설비용(1000㎾당 165만원), 송배전설비와 패널 간 거리 등을 고려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면적 산식(1000㎾당 1만4876㎡)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원전은 기존의 탈원전 계획대로 신규 건설 및 수명 연장을 금지해 점차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석탄발전은 기존 없애기로 했던 10기에 더해 20기를 추가로 폐쇄하고, 가동 중인 발전소에도 발전량 상한을 두기로 했다. 이로 인한 전력 공급 감소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폐지 석탄 30기 중 24기를 LNG로 전환하고 1GW에 해당하는 LNG발전소를 새로 짓기로 했다.이에 따라 지난해 6.5%였던 태양광·풍력발전 비중은 2030년 20.8%로 뛴다. 같은 기간 석탄 비중은 40.4%에서 29.9%로 10%포인트 넘게 감소한다. LNG는 25.6%에서 23.3%로, 원자력은 25.9%에서 25.0%로 각각 줄어든다.
“전기요금 오르고 탄소중립 멀어질 것”
정부 계획에 따라 태양광·풍력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풍력 생산단가는 지난해 기준 ㎾h당 99.98원, 보조금을 합하면 120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산 단가가 절반 수준인 원전(㎾h당 58.31원) 비중을 줄이고 이를 비싼 발전원으로 대체하는 재원은 전기요금을 올려 확보할 수밖에 없다.정부가 LNG 발전설비를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해도 이산화탄소는 소폭 줄어들 뿐이고 가격은 1.5배가 된다”며 “원자력발전을 처음부터 제외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니 비현실적인 계획이 나왔다”고 지적했다.정부 계획에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한 전기 수요 급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2020~2034년 연평균 전력 수요 증가율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소 생산을 위해 원전 투자를 늘리는 선진국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전단가 전망에 근거하면 한국의 원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단가는 ㎏당 1.7~2.6달러로 9달러 안팎인 태양광·해상풍력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