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인사이트] 코로나發 재택경제, 도시 재편의 신호탄 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 패러다임 변화

도쿄 인구 13년 만에 4개월 연속 감소…뉴욕은 30만명↓
도시 공간 집적에서 연결로…디지털과 클라우드가 견인
지자체간 세금전쟁 본격화…부동산 가격도 변화 겪을 듯

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일본 도쿄의 인구가 4개월 연속 줄고 있다고 한다. 13년 만에 나타난 인구 감소다. 도쿄도가 최근 발표한 도쿄 인구(11월 1일 기준)는 1396만 명. 지난 5월 1400만 명을 넘어섰던 도쿄 인구가 7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출 인구가 늘고 전입 인구가 줄어든 게 큰 원인이다. 10월만 해도 도쿄 전출자 수는 3만908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0.6% 증가했다. 전입자는 2만808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 감소했다.

일본 정부가 그토록 애써왔던 게 도쿄 인구 집중 억제정책이다. 아베 신조 전 정부는 지방재생장관을 신설하고 도쿄 인구를 분산시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도쿄 인구는 늘어났다. 저출산 고령화로 지방에서 인구가 줄어들자 일본인들이 오히려 도쿄를 찾은 것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부동산 투자가들은 도쿄를 투자 1순위로 꼽기도 했다. 인구가 줄지 않으면서 투자의 안정성이 담보됐기 때문이다.

20~30대가 도쿄 빠져나가

그런 도쿄 인구가 지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줄고 있다. 무엇보다 20~30대 젊은이들이 도쿄를 빠져나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서비스업이 붕괴되고 취업도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쿄의 꿈’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에선 도쿄 23구(도쿄의 실질적 도심)의 36%가 도쿄를 벗어나 생활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지방 이주 희망자 가운데 재택근무 경험자가 특히 두드러진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뚜렷하게 보인다”는 게 일본 현지 전문가의 얘기다.

대도시 인구 감소는 도쿄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에선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뉴욕은 팬데믹 상황에서 최소 30만 명의 주민이 떠났고 샌프란시스코에선 9만 개 이상의 주소가 변경됐다. LA, 시카고 등에서도 주민들이 빠져나갔다. 이에 비해 미국 남부의 내슈빌과 라스베이거스, 오스틴, 피닉스 등에선 인구 유입세가 뚜렷하다. 주로 재택근무자의 대도시 이탈이 확연하다. 이들은 정보기술(IT) 업종이나 사무직 등 고학력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기술근로자의 3분의 2가 시애틀이나 뉴욕을 떠날 것이라는 설문조사도 있다. 이들은 미국 경제 성장의 동력이면서 대도시 성장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이들이 지금 재택근무 상황에서 세금이 낮고 환경이 좋은 도시로 옮겨가고 있다. 재택근무 경제(WFHE·work-from home economy)시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퇴자들의 대도시 탈출도 눈에 띈다.

내슈빌·오스틴은 인구 유입

영국 런던과 독일 도시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든 독일에선 이민자들의 유입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독일 인구는 8310만 명(7월 1일 기준)으로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4만 명이 감소했다. 인구통계학자들이 추계한 예측치보다 훨씬 빠르다. 해외 이민자의 유입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독일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29%나 감소했다. 해외 이주자를 뺀 순이민은 7만 명이 조금 넘어 지난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베를린, 뮌헨 등에서 도시의 하부 기능을 담당한 게 이런 이민자들이었다. 이들의 감소에서 독일 대도시들의 미래가 읽힌다.

코로나19가 일으킨 도시의 재편이고 도시의 분화다. 도시는 인간 문명의 발전과 함께 여러 옷으로 갈아입었다. 산업혁명 이후 전개된 산업화 시대에선 초고층화로 상징되는 공간 밀집의 대도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생산 활동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과 인력 기술이 도시 공간에 집적됐고 일과 주거지가 분리됐다. 도시 집적의 이익은 그만큼의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다시 도시가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코로나 사태와 맞물린 디지털과 클라우드 기술 발전이 이를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 도시 유입 인구가 줄어들고 거주자들도 틈만 있으면 나가려 한다. 글로벌 대도시에선 인구 감소가 가파르고 중간 수준의 도시들이 스타로 빛난다. 마치 제품에도 이제 기능성보다 연결성이 강조되듯이 도시에도 공간 집적보다 공간 연결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결성은 업무와 개인 생활이 중첩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도시 집적 이익에 한계

이런 가운데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 사이에 새로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도시를 꾸려가기 위해 필요한 세금 문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이 주에 속한 기업의 근로자들이 인근 뉴햄프셔주에서 원격근무를 하면 매사추세츠에 주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사무실이 문을 닫아도 근무지가 매사추세츠에 있기 때문에 여기에 주소득세를 내는 게 맞다는 것이다. 뉴햄프셔주는 업무를 뉴햄프셔에서 하는 이상 매사추세츠주 주장이 말도 안 된다며 대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근로소득세가 없는 뉴햄프셔에는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많이 거주한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이들의 세금을 어디에 내느냐가 관건이 된 셈이다. 관련 주들은 이 소송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주시하고 있다.

뉴욕 예산국은 향후 세금 수입이 90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출자가 많아 세금이 줄어들면 도시 서비스는 악화되고 치안도 보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이런 재정 문제는 코로나가 끝나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과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직종 간의 격차 문제도 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은 기술자와 고학력자가 대부분이다. 산업화 시대의 산업보다 정보화 관련 직종이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아니라 ‘리모트워크 디바이드’로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택근무 자격이 새 격차 만들어

물론 상업지가도 큰 변동을 겪는다. 영국 조사회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 하락했다. 부동산 기획사들은 도심의 수요 감소에 맞춰 사무실을 줄인다. 이 회사에 의하면 신규 공급된 임대오피스 면적은 런던에서 전년 동기 대비 59%, 뉴욕에서 66%, 도쿄에서 77% 축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무실 또한 회의실과 사원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의 공간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많은 대도시가 이 같은 대변화에 준비하고 있다. 파리는 직장과 오락시설에 단시간에 갈 수 있는 15분권 도시 구상을 추진한다. 일하는 젊은이들의 도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은 20분 내에 모든 게 해결되는 ‘20분 이웃’ 제도를 만들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은 재택근무와 기존 사무실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도시를 모색하고 있다. 독일 또한 재택근무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도시가 코로나 이후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도시는 단지 경제적인 게 아니라 시민을 창조하고 새 산업을 낳는 공간이다. 법과 제도도 도시를 기반으로 생겨난다. 바이러스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디지털화를 더욱 추진해 비약적으로 기술 진보를 일궈냈다. 다시 재창조를 위한 걸음이 시작됐다. 한국 대도시도 이제 도시의 패러다임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인구를 유지하면서 도시를 어떻게 꾸려갈지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 세금이 美 도시 순위 갈랐다
새크라멘토 전입순위 1위…전출은 뉴욕이 가장 많아

새크라멘토는 캘리포니아주 주도이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10위 안에 포함됐고, 특히 복잡한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주처이기도 하다. 근처에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분교가 있고 대학병원도 있다. 최초의 대륙횡단 철도가 놓일 만큼 교통의 요충지다. 인구는 새크라멘토시만 50만 명가량 된다. 이 도시가 미국 부동산조사업체 레드핀닷컴이 분기별로 벌이는 ‘유입 인구 조사’에서 올해 3분기 1위에 올랐다. 2위는 텍사스 오스틴, 3위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였다. 4위는 애리조나의 피닉스가 선정됐다. 텍사스와 네바다, 애리조나 모두 개인 소득세가 없는 주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동안 거주했던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에 정착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오라클 또한 오스틴으로 이주했으며 휴렛팩커드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텍사스 휴스턴으로 옮겼다. 캘리포니아의 높은 법인세가 걸림돌이었다.3분기에 인구 유출이 가장 많은 도시는 뉴욕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샌프란시스코, LA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도시는 대부분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한다. 뉴욕 거주자의 주소득세 최고세율은 8.82%이며 시에서 가져가는 시세만 해도 3.82%다. 골드만삭스 등 금융기업이 뉴욕을 떠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택근무자들이 이런 대도시를 떠나려는 이유에는 환경도 있지만 높은 세금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