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포기 강요 못한다"는 외통위원장의 위험한 인식

“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북한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가 안보의 중책을 담당하는 입법부의 핵심 인사가 공개석상에서 외교·안보의 근본 틀을 흔드는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이적(利敵)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송 위원장의 발언이 그동안 북한 핵 개발을 억제하고자 했던 역대 한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특히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대표적 불평등 조약”이라는 언급은 NPT를 탈퇴한 북한에 동조하고, 국제 핵 질서를 부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세계 모든 나라가 핵무장을 해야 국제질서가 안정된다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다. 그의 논리라면 핵탄두 290기를 보유한 중국이 지척에 있으니 한국도 핵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다.논란이 커지자 송 위원장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해소할 실질적 대안의 필요성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과 같은 ‘핵 미(未)보유국’을 대상으로 핵 선제공격 위협을 하지 말아야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야당이 왜곡했다”고 발끈했다. 이 같은 해명은 사실상 핵을 보유한 북한의 실질적 위협을 못 본 체하는 눈가림일 뿐이다. 북한을 ‘선량한 정상국가’로 상정한 것인 만큼 설득력도 약하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의 인권문제, 도발과 막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한 지 오래다. 그러면서 미국 의회도 강한 우려를 표명한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하는 등 피아가 뒤바뀐 듯한 행보다. 아직 확보도 못한 코로나 백신·치료제를 북한에 지원하자(이인영 통일부 장관)는 주장이 나오는 등 586 운동권이 주축인 집권세력이 감상적 민족주의에 경도된 모습이다. 그러던 끝에 대놓고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는 것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