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윤석열 징계수위 이미 정해져…어차피 캥거루 재판"

"징계 수위 민주당 정치 일정에 맞춰진 것"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손경식(왼쪽부터)·이석웅·이완규 변호사가 1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마친 후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15 [사진=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5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 "이미 징계수위까지 다 정해졌다는 거, 피차 뻔히 다 아는데 뭐하러 연극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캥거루 재판"이라며 "징계위는 과천 법무부 청사가 아니라 이미 청와대에서 그 전에 열린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그는 "이미 징계의 날짜와 수위는 사안과 아무 관계 없이 민주당의 정치 일정에 맞춰진 것"이라며 "올해 안으로 공수처장 임명하고 윤석열 총장 직무를 정지시켜야 마음 놓고 내년 보궐선거를 치른다"고 했다.

또 "이 나라의 문화가 근대사법 이전의 시대로 돌아갔다"며 "그렇게 만든 것은 물론 민주당을 지배하는 운동권 문화다. 원래 그들의 법관념이 1920년대 내전 당시의 소비에트 유형"이라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민주당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제법 진보적이라는 정의당마저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그 민망한 사실이 이번 사태로 충격적으로 드러났다"고 언급했다.이어 "문제는 이게 이번 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저들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절차를 무시하는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을 안으로부터 하나씩 망가뜨려 나갈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공유하는 민주적 게임의 규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징계위는 이날 오전 10시34분부터 오후 7시50분까지 사전절차 논의 및 증인심문 등을 진행했다. 징계위는 저녁식사를 위해 잠시 정회됐으며 최종 결론만을 남겨두고 있다.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녁식사를 하며 토론 중이고 오후 9시께 본격적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해 자정 무렵 의결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증인심문을 마치고 윤석열 총장 측 특별변호인들의 최종 의견 진술이 예정돼 있었으나 양측이 충돌하면서 무산됐다.

윤석열 총장 측은 징계위에 최종 의견 진술을 준비하기 위해 추가 심의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새로운 증거를 열람했으며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낸 진술서에 반박할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증인심문 과정에서 나온 증언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징계위는 "오는 16일 오후에 다시 심의 기일을 열면 되겠느냐"고 물었지만 윤석열 총장 측은 "너무 늦게 끝났으니 하루 이상은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이후 정한중 교수와 징계위원들이 별도 논의를 거친 뒤 "이날 심의를 종결해야 하므로 의견 진술을 즉시 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가 필요하다면 1시간을 주겠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석열 총장 측은 징계위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최종 의견 진술을 포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저녁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0.12.15 [사진=연합뉴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