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김아림 "제 우승이 누군가에게 희망 됐으면"(종합)

"US오픈 우승 아직 실감 안나…한국 가서 가족들과 축하하겠다"
"리더보드 계속 보면서 경기했다.

우승 소감 더 해도 되죠?"
미국 무대 첫 도전에서 '메이저 퀸'에 오른 김아림(25)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제75회 US여자오픈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6천401야드)에서 끝난 제75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김아림은 시상식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018년과 2019년 1승씩 따낸 그는 "사실 저는 미국이라고 해서 굉장히 넓고 러프도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더라"며 "(코스에) 나무들도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했지만 일찍 도착해서 대회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게 5타 차로 뒤져 있다가 역전, 이 대회 사상 마지막 날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 타이기록을 세운 김아림은 "너무 얼떨떨하다"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우승까지) 오니까 머리가 하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우승의 기쁨을) 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김아림은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메달을 보며 "진짜 금이냐"고 묻거나,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해도 되느냐"고 확인하는 등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또 우승 소감을 말하다가 그동안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더 해도 되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다음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진행된 일문일답이다.
-- 우승 소감은.
▲ 정말 영광스럽고, 진짜 제가 우승했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제가 (한국에서) 우승했던 분위기와 다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달라진 환경에서 우승한 것도 처음이라 어색하다.

-- 마지막 3개 홀 연속 버디 상황을 설명해달라.
▲ 16번 홀은 5번 아이언으로 182야드 맞바람에 쳤는데 3야드 정도 지나간 것을 버디로 넣었고, 17번 홀은 티샷을 유틸리티로 했고 두 번째 샷은 8번 아이언으로 붙여서 버디 했다.

마지막 홀은 3번 우드로 티샷하고 48도 웨지로 쳤다.

-- 한국에서 경기할 때와 어떤 점이 달랐나.

▲ 버뮤다 잔디는 한국에서 생소한데, 이 코스의 버뮤다 잔디는 또 그중에서도 좀 다른 종류 같았다.

아이언샷을 칠 때 바닥에 프레셔가 오는 느낌을 주는 잔디는 처음이었다.

그런 면에서 기술을 더 정교하게 칠 수 있는 잔디라고 느꼈고, 여기서 연습하면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 언제 골프를 시작했고, 닮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 어릴 때부터 안니카 소렌스탐 선수를 너무 좋아했다.

골프는 아버지와 놀려고 시작했는데 점차 하면서 골프가 좋아져서 선수를 꿈꾸게 됐다.

좋아하는 골프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프로가 됐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 박세리가 US오픈 우승할 때인 1998년 대회가 생각나는지.
▲ 이미 박세리 프로님이 우승하고 나서 한참 뒤에 제가 골프를 시작했다.

박세리 프로님은 약간 역사 교과서처럼 보며 자란 것 같다.

-- 경기 중에 리더보드를 봤나.

▲ 계속 보고 있었고, 선두와 몇 점 차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쳤던 것 같다.

-- 이번 대회 출전하기 전에 어떤 생각이었나.

▲ 대회 첫날까지도 코스 적응이 잘 안 됐다.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에서 더 좋은 콘택트를 만들 수 있을지,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을지, 그린 주위 어프로치를 어떻게 하면 더 정교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경기했다.

대회를 치르면서 감이 오기 시작했고,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샷도 두렵지 않게 되니까 샷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고 거기서부터 좋은 흐름을 탔다.
-- 우승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지. 또 미국은 이번이 처음인가.

▲ 제가 우승 확정이 되기 전이라 축하보다는 잘 봤다, 훌륭했다는 격려를 많이 받았다.

미국엔 4년 전에 팜스프링스로 전지 훈련을 왔었다.

--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경기했는데 원래 그렇게 하나.

▲ 그렇다.

제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딴에는 이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했다.

--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경기 중계를 봤나.

▲ 계속 보셨다.

원래 좀 늦게 주무시는 것도 있다.

-- 다음 시즌부터 미국 무대로 진출할 것인가.

▲ 충분히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 우승을 어떻게 축하하고 싶나.

▲ 일단 한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것으로 축하 자리를 할 것 같다.

-- 이번 대회엔 누구와 함께 왔나.

▲ 어머니, 캐디 오빠와 같이 왔다.

제가 잘해서 우승했다기보다 제가 잘 돼서 우승한 것 같다.

부모님, 스폰서분들과 트레이너, 스윙 코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이 시국에 이렇게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오늘 제 플레이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희망이 되고 좋은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