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선, '공공주택의 덫'에 걸린 與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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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사표' 던진 4선 우상호 의원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여당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3일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취임 일성으로는 강남‧북 균형발전, 대기 질(質)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을 내걸었습니다.
'공공주택 중심 16만호' 공급 공약
정부 부동산 실책 핸디캡 안은 與
국민의힘, '정밀타격' 견딜 수 있나
그의 여러 공약 가운데 무엇보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관심이 쏠립니다. 각종 여론조사들을 통해 부동산이 내년 서울시장 보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임이 예고됐을 뿐더러 우 의원의 공약이 앞으로 줄줄이 경쟁에 뛰어들 여당 후보들의 주택정책을 가늠해볼 단초가 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그가 출마의 변을 통해 맑힌 주택정책의 핵심은 ‘공공주택 16만 가구 공급’입니다. “서울 곳곳의 강변북로와 철도 부지를 덮으면 10만 가구를 지을 공공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우 의원은 출마 선언 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면적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전월세 인상률을) 집주인이나 건물 주인이 마음대로 정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한 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인상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을 법제화했으면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주택정책을 계승하고, 일부는 더욱 강화할 의사를 피력한 것입니다.
정부 정책에 보조 맞추는 與의 딜레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실패로 여당은 서울에서 심각한 민심이반을 겪는 실정입니다. 한국갤럽의 10월 둘째 주(8∽10일) 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는 “잘 못 하고 있다”가 58%로, “잘 하고 있다”(37%)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습니다. 그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18%)이 첫 손가락에 꼽힙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큰지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도 동탄 행복주택단지 방문 발언 파장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대통령이 전용면적 44㎡짜리 투룸형 임대주택에 대해 ‘아이 두 명 둔 신혼부부도 (생활이) 가능하겠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민심이 들끓었고, 청와대는 주말 새 세 차례나 해명을 해야할 정도로 진땀을 뺐습니다.현실이 이런데도 우 의원이 공공주택 위주의 공급정책을 들고 나온 데에서 아무리 민심을 잃었더라도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여당 후보의 딜레마가 엿보입니다. 열성 대통령 지지자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 하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도 있겠지요. 그런 만큼 앞으로 어떤 여당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더라도, 우 의원이 먼저 제시한 주택공약의 큰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변수는 있습니다. 여당이 추진 중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세종시 이전 후 개발 방안의 현실화 여부입니다. 총 33만㎡에 달하는 의사당 부지에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질 경우 서울 집값 안정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이로 인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윤희숙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요. 하지만 서울시 보선이 4개월여밖에 안 남은 마당에 현실화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이런 안에 서울시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의문입니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여의도 마스터플랜’ 구상에 가로막혀 지어진 지 40년도 넘은 여의도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꽉 틀어 막힌 상황에서 “의사당 부지를 새로 개발 하겠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 받을 만도 합니다.
‘지역별 맞춤전략’으로 맞서는 野
반면 야당은 여당의 허점을 영리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모든 후보가 ‘부동산 안정’을 출마 일성으로 내세우면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공급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기본입니다.이에 더해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공약을 내세워 ‘정밀 타격’에 나선 후보도 있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대표적입니다. 조 구청장은 출마 초기부터 “25개구(區)를 교통, 문화, 교육 등이 비슷한 곳끼리 묶어 따로 또 같이 성장하는 다핵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최근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대 중심 공급확대 방안을 비판하면서 “영등포‧구로‧금천구 등 서울 서부권역을 미니 뉴타운으로 재개발해 마(마포)‧용(용산)‧성(성동) 지역처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지요. 전통적으로 여당 우세지역인 이 지역의 ‘표심’을 노린 명백한 전략적 움직임이자, 각 지역별 니즈가 숙지돼 있지 않은 후보라면 내세우기 어려운 공약이기도 합니다.
야당 안팎에서 ‘언더독’(이길 확률이 낮은 후보)이란 평가를 받는 그가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키려면, 당내 경선부터 통과해야함은 자명합니다. 만약 떨어지더라도 야당이 당 차원에서 그의 구상을 체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차 코로나 팬데믹, 선거판 흔들까
서울시장 보선이 예정된 내년 4월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이 무슨 변수가 불거져 민심의 향방이 틀어질지 모릅니다.당장 3차 대유행에 접어든 코로나 사태만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여당이 예고한 3차 재난지원금은 지난 4‧15 국회의원 총선거 때처럼 선거판을 흔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백신이 선거결과를 결정지을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이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얘기대로 내년 3월 이전에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면 표심이 여당 쪽으로 확 쏠릴 것이란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로선 이론의 여지없는 가장 큰 변수인 부동산만 놓고 봤을 때 여당은 분명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이런 상황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