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 회복했다고?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40만명 증가…1월보다 많아
5월 이후 6개월째 증가…공공일자리 확대와 같은 흐름
특고·자영업 반영 못하고 신고기간 시차도 통계의 한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와중에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크게 늘고 있다. 실업급여의 보호를 받는 양질의 일자리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고용노동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1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429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무려 39만4000명 급증했다. 지난 5월 이후 증가폭이 6개월째 지속 확대되다가 급기야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올해 1월(+37만5000명)보다도 더 많이 늘었다.
방과후 강사 등 돌봄서비스나 숙박음식점업 등 대면이 불가피한 서비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잇딴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일자리는 타격이 적은듯해 보인다.

하지만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올해 3~4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후폭풍이 가장 심했던 5월(+15만5000명)을 저점으로 6개월째 증가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6~7월에는 10만명 대 후반 증가폭을 보이며 소폭 증가세였다가 8월부터는 30만명대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희망일자리 등 공공일자리 사업을 일제히 재개한 시점과 때를 같이 한다.

이같은 내용은 업종별 고용보험 가입자 현황에서도 정확히 드러난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서비스업에서만 41만1000명이 늘었다. 그 중에서도 공공일자리가 상당수 포함돼있는 공공행정업에서만 20만5000명이, 보건복지업에서 10만3000명이 증가했다. 특히 공공행정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4월 +2만7200명, 5월 +4만3200명, 6월 +5만600명, 7월 +4만3300명, 8월 +13만3000명, 9월 +18만1000명, 10월 +19만9000명으로 정부 일자리 사업 추진 경과와 흐름을 같이 한다. 반면 민간 일자리는 어떨까. 지난달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만4000명이 줄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던 7월(-6만5000명)에 비해서는 신차효과, 반도체 부품 수출 회복 등으로 감소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업의 경우 2만3000명이 줄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9월 기준 작년 117만8000명에서 올해 1만1000명으로 95% 이상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보험 통계가 노동시장 현실 반영 못하는 이유는
연령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50대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12만8000명, 60세 이상은 24만9000명이 늘었다. 5060세대에서만 37만7000명이 늘어난 것으로, 전체 가입자 수 증가 규모와 맞먹는다. 반면 제조업 위주의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30대는 5만명이 줄었다.

고용보험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상용직 중심의 통계라 일용직과 특수고용직 종사자, 자영업자의 일자리 상황이 반영되지 못하고, 고용보험 가입·상실 신고가 익월 15일까지 가능하도록 돼있어 통계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통계의 한계는 고용부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추경관련 일자리 사업 증가 등의 영향이 적지 않다"며 "숙박음식업 등 대면이 불가피한 서비스업 현장의 고용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