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택배…배송기사 절반 "밥 못 먹는 날 있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온라인 유통업체 근로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점심을 못 먹는 날이 있다고 응답한 배송 기사의 비율은 52.3%에 달했다. 사진=한경DB
쿠팡과 같은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소속 근로자인 배송 기사도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인 택배 기사처럼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 등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기사 4명 중 1명 "일주일에 2~3회 식사 못해"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온라인 유통업체 근로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점심을 못 먹는 날이 있다고 응답한 배송 기사의 비율은 52.3%에 달했다.점심을 못 먹는 횟수가 일주일에 2∼3회라는 응답(23.2%)이 가장 많았고 4∼5회(15.2%), 1회(10.4%)가 뒤를 이었다. 6회 이상(3.5%)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점심 장소가 식당이라는 응답은 38.7%에 그쳤다. 배송 차량(29.9%)이나 편의점(17.6%)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응답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4∼13일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 3곳에서 일하는 배송 기사와 물류센터 종사자 498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온라인 유통업체는 제조사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하다가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 점에서 판매업체의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배송 업무만 하는 택배업체와 다르다.

온라인 유통업체 배송 기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개인 사업자 신분인 택배 기사와 달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 배송 기사의 주당 근로일수는 성수기에도 5일(66.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6일(22.7%)이 뒤를 이었다. 비성수기에는 5일이 79.1%, 6일이 20.1%였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성수기에는 8∼10시간(44.1%)이라는 응답과 10∼12시간(40.2%)이라는 응답 비율이 비슷했다. 비성수기에는 8∼10시간과 10∼12시간이 각각 47.7%, 37.6%였다. 하루 평균 배송 물량(비성수기 기준)은 200∼300개(36.2%)가 가장 많았고 100∼200개(30.4%)가 뒤를 이었다.성수기에 배송 물량이 급증할 경우 본인이 연장근로 등을 통해 모두 배송한다는 응답(50.4%)이 회사가 물량 조정이나 인력 지원 등을 해준다는 응답(45.4%)보다 많았다.

배송 기사의 고용 형태는 계약직(기간제 근로자)이 84.5%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정규직은 13.0%에 불과했다.

월평균 보수는 200만∼300만원(68.1%)이 가장 많았고 300만∼400만원(29.1%)이 뒤를 이었다. 근속 기간은 1년 미만(66.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아 이직이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포장과 출고 등의 업무를 하는 물류센터 종사자도 계약직(67.8%)과 일용직(21.3%)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정규직은 10.9%에 그쳤다. 물류센터 종사자의 월평균 보수는 200만∼300만원(56.5%)이 가장 많았고 200만원 미만(36.0%)이 뒤를 이었다.

노동법 위반 수두룩‥연장 근로수당 미지급 사례도

노동부는 이날 온라인 유통업체 3곳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도 공개했다.

근로감독은 지난 9월 말부터 온라인 유통업체 물류센터와 배송 캠프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근로감독을 받은 사업장 전체에서 연장·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일부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한 사업장에서는 코로나19로 배송량이 급증하자 1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시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센터 운영을 위탁받은 한 사업장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선 식품을 취급하는 일부 물류센터에서는 냉동창고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의 동상 등 건강 장해 예방 조치를 안 하거나 냉동창고 작업 관련 주의 사항 등을 알려주지 않아 시정 명령을 받았다.

물류센터의 일용직 근로자가 건강 진단을 못 받은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도 근무의 계속성이 있으면 건강 진단을 받아야 한다.노동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모두 19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을 적발해 시정 명령과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