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갈까" "멈출까"…씨젠을 보는 '두 개의 눈'

성장주·가치주 갈림길에 선 씨젠

11월 최고점서 32.6% 하락
올해 주가 10배 급등 부담도

증권가 "내년도 고성장 지속"
신규 매수 의견엔 입장 엇갈려
일각 "이젠 성장주 아닌 가치주"
씨젠은 올해 증시에서 ‘역사’로 기록될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적으로 주가가 10배 오른 종목은 씨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올해 씨젠은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592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하지만 최근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시작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씨젠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망을 물어봤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고점 대비 32% 조정

씨젠은 16일 2.64% 내린 21만3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고점(11월 6일) 대비 27% 하락했다. 지난 8월 최고점(31만2200원)에 비해서는 32.6% 조정받았다.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 판 영향이다. 지난 2거래일간 외국인이 143억원, 기관은 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투자심리가 악화한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요인이다. 작년 씨젠의 영업이익은 224억원이었다. 올해는 6239억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는 지난 8월에 비해 조정받았지만 여전히 연초 대비 7배 오른 수준이다.

목표가 33만5967원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내년까지 씨젠이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돼도 내년까지 진단키트 수요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이 여전히 33만5967원에 달하는 이유다.

다만 신규로 매수하거나 계속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다. 하나금융투자는 매수를 추천하는 대표적 증권사로 꼽힌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처럼 무증상 감염과 빠른 전파력을 보유한 바이러스는 종식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바이러스 종식이라는 뜬구름보다는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적은 좋아지지만 씨젠의 실적과 관계없이 백신 보급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는 진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백신 보급이 진단 숫자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투자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주가에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신성장동력 절실

펀드매니저들은 씨젠을 이제 성장주가 아니라 가치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씨젠이 글로벌 진단키트 업체가 됐고, 영업이익도 4000억~5000억원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동력이 불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씨젠의 PER은 내년 실적 기준 10.74배, 2022년 기준 14배에 형성돼 있다. 시장이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PER이 적정하다는 뜻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은 내년 영업이익이 6726억원으로 올해 대비 7.81% 늘어나지만, 2022년에는 5184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백신이 오히려 씨젠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에 앞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