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야구선수의 실패와 도전기…최지운 신작 중편 '트라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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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1
제1회 한경신춘문예 등단 작가
패전처리 투수 최상혁 주인공
복사기 수리 직원으로 일하다
혜연 만나 '야구인생' 꽃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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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트라이아웃’은 주로 야구 팀에서 실시하는 선수 선발·입단 테스트다. 한 전직 야구 선수의 실패와 좌절,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신생 프로야구팀 드래건즈가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는 남해안 중소도시 진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교 시절 또는 프로야구팀 입단 초까지 잘나가다가 재기 불능의 평가와 함께 물러나 각자 생활전선에서 뛰던 전직 야구선수들이 다시 야구를 해보고자 하나둘씩 이곳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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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별 볼 일 없는 복사기 수리 회사 직원으로서 힘들기로 악명 높은 은행에 파견돼 오랜 기간 묵묵히 버티며 일하는 상혁의 모습은 크게 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해 오랜 이닝 말없이 공을 뿌렸던 과거 패전처리 투수 상혁의 모습과 어딘가 크게 닮아있다. 작가는 패전처리 투수를 통해 꿈이 좌절된 젊은이들이 궂은일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야구의 속성을 우리 삶에 대입시켜 이야기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주는 보상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온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