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임대료 6배 낙찰…마포농수산물시장, 마트 입찰 '미스터리'
입력
수정
지면A29
신생업체, 月임대료 4억 써내
다른 전통시장 대비 4배 비싸
18년 운영 기존 사업자 나가야
구의회 "마트 임대료 상승으로
식재료값 오르면 주민들 피해"
공단 측 "최고가 입찰 제한 못해"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은 최근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2703㎡(약 817평) 규모의 마트매장 운영사업자 공개입찰에서 A사를 신규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A사는 지난 6월 설립된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신생 업체다.

이 같은 임대료 수준은 가락시장 등 다른 대형 전통시장의 임대료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3.3㎡(한 평)당 월 임대료를 비교해보면 마포농수산물시장은 51만원으로 가락농수산물시장의 가락몰마트매장 13만원,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마트식품매장 12만원보다 4배 이상 비싸다.신규 마트 운영자가 높은 임대료를 메우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인근 주민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강명숙 의원은 지난 10월 말 마포구의회 본회의에서 이춘기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신규 업체가 과도한 임대료를 내면서 기존 업체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 있느냐”며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임대료 상승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면 구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춘기 이사장은 “기업의 상황을 검증할 권한이 없으며 검증한다고 하더라도 입찰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A사가 들어오려는 이 매장은 중견유통업체인 다농마트가 18년간 운영해왔다. 다농마트는 “2년마다 계약을 연장해오던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측이 갑자기 사전 논의도 없이 최고장을 보내 매장을 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단 측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농 측은 현재 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규 업체가 얼토당토않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공공시설 임대 시 최고 낙찰가만 볼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적격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