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개편으로 '천수답 경영' 벗어나나

연료비 연동제로 실적 변동성 줄 듯
내년 1월부터 국제유가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르고 내리는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됨에 따라 한국전력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전에 따르면 그동안 전기소비자들은 연료비 가격과 관계없이 사용량만큼 고정된 전기요금을 내왔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올려야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2013년 11월 이후 동결해왔다.

이 때문에 한전이 연료비 변동분을 모두 떠안다 보니 국제유가가 오르면 전력구매비가 늘어나 대규모 적자를 내고, 반대로 유가가 내려가면 흑자로 돌아서기를 반복해왔다. 한전 재무구조에서 연료비와 전력구매비는 80%가량을 차지하며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된다.

내년부터는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이 신설돼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주기로 반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한전의 실적 변동성도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는 유가 하락에 따라 전기요금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전 영업이익은 1조원 안팎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그러나 올해 저유가 덕분에 연료비 구매비를 아끼면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3조2천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다.

연간으로는 4조원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체력을 다져놓은 셈이다.

당장은 이익이 줄더라도 유가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오르게 돼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유가에 따라 회사 실적이 좌우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기후환경 비용이 전기요금에 별도 항목으로 분리 고지되는 것도 한전 경영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후환경 비용에는 기존 신재생 의무이행(RPS) 비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ETS)에다 석탄발전 감축 비용이 새로 포함됐다.

RPS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풍력, 수력 등의 에너지로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RPS 의무비율은 2022년부터 10%로 상향 조정된다.

한전의 기후환경 비용은 2015년 1조원에서 2019년 2조8천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 일환으로 석탄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이 줄면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나 재생에너지 발전 등이 늘어나 한전의 전력구매비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당장은 아니지만 기후환경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환경 비용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든지, 배출권 비용 증가 추세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오를지는 여러 요인이 있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주 급격하게 올라가지는 않도록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함께 한전과 전력그룹사에 대한 고강도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 전력공급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