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부터 사진 촬영 기부까지…'이런 봉사활동'도 있다

[한경 WAVE] 정해진 틀 없는 봉사의 세계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보통 소외계층 돌봄을 떠올린다. 하지만 봉사활동 범주는 정해진 틀이 없다. ‘이런 것도 봉사활동이 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오현화 씨 "스무 살 때 부터 파마·염색 안 하고 모발기부"

삼성디스플레이 사원인 오현화 씨(27)는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머리 염색과 파마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늘 긴 생머리다. 계절이 바뀔 때면 머리 모양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안 돼. 이건 나 혼자만의 머리카락이 아니야.’
오씨가 8년째 머리 모양을 바꾸지 않는 것은 소아암 환자에게 모발을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머리카락이 허리 중반까지 길어지면 싹둑 잘라 ‘어머나운동본부’에 보낸다. 어머나운동본부는 소아암 환자용 특수가발을 제작해 기증하는 단체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시 농서동 삼성디스플레이 인근에서 만난 오씨는 어깨 선을 갓 넘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이 머리는 2년 뒤쯤 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머리카락 25㎝가량을 잘라 기부하고 다시 기르는 중이다.오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2011년 회사에 갓 입사했을 무렵 ‘모발을 기부하고 왔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카락 한 올도 누군가에겐 절실하더라”며 “출산으로 모발이 많이 상한 해만 빼고는 꾸준히 기부했다”고 덧붙였다. 통상 소아암 환자 한 명이 쓸 가발을 만드는 데 200~300명의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기부 참여 방법은 복잡하진 않다. 고무줄로 머리를 묶은 뒤 윗 부분을 잘라 비닐팩에 넣어 어머나운동본부에 보내면 된다. 다만 어떤 머리카락이든 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는 등 최대한 손상이 적어야 한다. 오씨가 고데기조차 되도록 안 쓰는 이유다. 오씨는 “흰 머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모발 기부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목소리 기부나 벽화 그리기 활동에도 도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류창민 씨 "사진 촬영 특기 살려 月 1회 이상 재능기부"

취미이자 특기인 사진 촬영으로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이도 있다. SK텔레콤 ICT인프라센터 매니저인 류창민 씨(35)는 2014년부터 한 달에 한 번은 꼭 퇴근 후 사진을 찍으러 간다.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의 제품, 또는 인물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회적 기업은 류씨가 찍어준 사진을 회사 홍보나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 그는 “질 좋은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서 소형 스튜디오와 휴대용 조명도 구매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대학교 2학년 때 교양수업에서 사진을 배운 뒤 이를 봉사활동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시절엔 매년 900~1000시간씩 아름다운가게, 해비타트 등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며 “직장인이 된 이후로도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류씨는 “봉사활동 덕분에 나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며 “나눔의 기쁨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며 “나눔의 기쁨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