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따라 매겨지는 전기료…"2년 뒤부터는 크게 오를 수도"

발전 연료비 전기료에 반영
급락한 국제유가 반등하면
가정용 전기료도 따라 올라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한국전력이 17일 발표한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의 핵심인 연료비 연동제는 2011년 한 차례 도입을 예고했던 제도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기업 및 가계의 전기료 부담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행도 못해보고 2014년 5월 사라졌다가 결국 내년 초 시행된다.

지금까지 전기료에 합산 청구됐던 신재생에너지 확대, 미세먼지 배출 감축 등에 따른 비용이 별도 항목으로 공개되면서 정부가 기후·환경 관련 요금 인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미래 전기료 인상을 정부가 국민에게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가 제도 안착을 좌우할 전망이다.

3개월 단위로 에너지 가격 변동 반영

석유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비는 전기료 원가의 50%를 차지한다. 에너지 가격 등락에 따라 발전원가도 그만큼 영향을 받았지만 2013년 이후 전기료는 동결돼왔다. 전기료 인상을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 정부가 원료비의 전기료 반영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료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서 전기 과소비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면 전기료는 직전 3개월간 에너지 평균 가격에서 과거 1년간의 평균 가격을 뺀 뒤 그 편차에 비례해 전기료를 분기마다 올리거나 내린다. 당장 다음달 전기료엔 올해 9~11월 에너지 평균 가격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평균 가격을 빼서 반영한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최근 국제 유가 등이 떨어지면서 내년 국민과 기업이 내는 전기료 부담은 1조원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만큼 거부감도 적어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기에 최적의 시점이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가정용 전기료는 다음달 ㎾h당 3원, 내년 4월에는 2원이 추가 인하된다. 에너지 가격 하락이 전기료 산정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월 350㎾h를 사용하는 가구를 기준으로 다음달 전기료 청구액은 1080원 정도 줄어든다.

에너지전환 비용도 투명해져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료 부담도 투명해진다. ㎾h당 5원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RPS)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ETS)이 전기료 고지서에 명시된다. 또 봄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중단하는 데 따른 비용으로 ㎾h당 0.3원을 다음달부터 신규 청구하기로 했다.전체 전력 수요가 적은 주말과 야간에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는 기존 누진제 외에 다른 요금제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기본요금에 더해 사용 시점에 따라 전기료를 내는 계시별 요금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사용량에 따라 누진제의 30% 수준까지 시간당 전기료가 떨어진다. 제주 지역에서 내년 7월 시행돼 단계적으로 적용 지역이 확대된다.

2022년 이후 인상폭이 관건

문제는 2022년 이후다. 코로나19 타격에서 경제가 회복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전기료도 따라서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배럴당 40달러 후반 수준인 유가는 2022년 60달러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자력 및 석탄화력발전 비중 감소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상승 요인도 만만치 않다. 발전연료 중 가격이 가장 비싼 LNG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발전연료비도 따라 오르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줄어드는 2024년부터 관련 비용은 본격적으로 전기료에 반영된다.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에 따라 RPS 비용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RPS 매입비용은 올해 2조2305억원에서 2024년 4조2811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료 형태로 가정 및 기업에 청구된다.

정부는 급격한 가격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연료비 변동에 따른 전기료 인상 및 인하폭을 전년 대비 ㎾h당 5원 수준으로 제한한 것이다. 전 분기 대비로는 ㎾h당 3원까지만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내년 1분기 ㎾h당 전기료 인하폭이 3원, 2분기 인하폭은 5원으로 늘어나는 이유다. 김정일 산업부 에너지혁신정책관은 “단기적 유가 급등 등 예외적인 상황이 나타나면 정부가 가격 조정을 유보할 근거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RPS 인상 요인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장치를 두지 않았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등락에 따른 부담의 일부가 전기료에 반영되면서 한전 실적은 안정화될 것”이라며 “배당을 확대해 외국인 등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수영/노경목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