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2020]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제뉴스

2020년은 전염병 창궐에 따른 혼란에 지구촌이 고통을 받은 한해였다.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무너진 보건과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고 사투했다.국제사회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으나 패권국 미국과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은 주도권 다툼을 지속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들불 속에 정권이 바뀌어 대내외 정책의 극적 변화를 예고했다.

중국은 서방과의 갈등 속에 홍콩 자치권을 크게 제한하는 등 권위주의 체계를 강화해갔다.유럽에서는 영국이 수십 년간 안보와 경제, 가치를 공유해온 유럽연합(EU)과의 결별을 강행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주선으로 이스라엘과 일부 이슬람 국가들이 국교를 정상화해 역내 정세가 흔들렸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우경화를 주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었다.그 사이 지구에는 기후변화가 점점 심해져 인류와 자연을 해치는 극단적 기상이 속출했고, 인류는 우주여행에 한 발 더 접근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지구촌 보건·경제 붕괴
코로나19는 작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이 보고된 뒤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했다.

전염력이 세고 치사율이 높지만 연구되지 않은 새 괴질에 가까운 까닭에 세계 각국의 피해는 컸다.현재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7천400만명, 누적 사망자는 165만명 정도다.

각국은 확산 억제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국경을 봉쇄하고 자국인들에게 이동 제한을 강제했다.

그 때문에 경제활동이 마비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쳤다.

미국은 2009년 6월 시작한 역대 최장의 경기 확장기를 올해 2월 마감했고 유로존 등 주요 경제권도 경기침체를 겪었다.

인류의 반격은 곧 시작됐다.

팬데믹을 끝낼 백신을 개발해 보급에 착수했고 경기부양책에도 파격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바이든 시대 개막…트럼프 전례 없는 불복전
조 바이든(민주당) 전 부통령은 11월 3일 열린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미국 대통령을 꺾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21년 1월 20일 취임하면 제46대 대통령으로서 슈퍼파워 미국을 이끌게 된다.

미국의 정권교체는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비전통적 성향을 고려하면 국제사회에 급변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안보 동맹국을 갈취 수준까지 압박할 정도로 이례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

바이든 당선인은 다자주의 협력과 동맹관계 강화라는 정반대에 가까운 외교정책 기조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대선 승리 후 "미국이 돌아왔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트럼피즘을 뒤엎겠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승자라며 전례가 없는 불복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당선인 확정 절차를 멈추거나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하려는 소송을 남발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선거인단도 공식투표에서 306 대 232로 바이든의 당선을 확정했다.
◇ 미중 갈등 고조…점점 더 골 깊어지는 신냉전
세계 경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패권국과 패권 도전국의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가듯 격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광범위한 고율 관세를 물리는 작년 무역전쟁에 이어 올해도 대중제재를 되풀이했다.

미국의 최신 제재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골라 때리듯 더 선별적이고 집요했다.

명분은 중국 기술기업들의 국가안보 위협을 차단하고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의 경제성장, 세력확장에 대한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술기업 바이트댄스에 모바일 동영상앱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국의 간판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동맹국들을 동원한 집단 따돌림도 다른 한편에서 지속됐다.

중국 최대의 반도체 회사 SMIC에 대한 수출규제, 자본유입 차단 제재도 가해 첨단기술 토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신장 지역의 소수민족 위구르에 대한 인권침해, 홍콩자치권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재도 가했다.

코로나19를 세계에 퍼뜨린 책임을 묻겠다며 제재를 거론하기도 했다.

제재와 이데올로기 비방전 속에 미중관계는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을 연상시키는 갈등으로 빠져들었다.
◇ '숨을 쉴 수 없다' 미국 인종차별 반대시위 확산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 다양성 천국으로 미화됐으나 체계적 인종차별이 숨어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그런 현실적 불만이 폭발한 계기였다.

백인 경찰은 바닥에 엎드린 비무장 흑인 플로이드의 목을 무려 8분46초 동안 눌러 숨이 끊어지도록 했다.

사건 진상이 알려지자 미네소타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흑백차별, 나아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일부 주민들의 약탈 때문에 주방위군이 진압에 동원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미국 사회는 고질로 앓아온 체계적 인종차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인 '숨을 쉴 수 없다'는 슬로건 아래에 유색인종들뿐만 아니라 백인까지 시위에 가세했다.

차별반대 시위는 인종주의 잔재인 군기지 명칭, 상표, 건물 이름, 작품 등을 퇴출하는 문화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이 차별반대 운동을 지지하고 공화당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대립 구도는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확대됐다.
◇홍콩보안법 제정…홍콩 자유 위축에 서방 집단반발
권위주의 체계를 점점 강화해가던 중국은 표현의 자유가 살아있는 자치 지역인 홍콩에 본격적 통제를 가했다.

중국은 6월 30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분열 조장, 국가정권 전복 시도, 테러리즘 등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이다.

중국은 국가안보 수호라는 명분을 주장하지만, 서방은 중국 본토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려는 악법이라고 반박한다.
홍콩 시민들은 영국에서 반환된 뒤 유지되던 언론, 출판,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미국은 홍콩이 더는 중국과 서방의 소통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며 홍콩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제재를 가했다.

홍콩은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특혜를 미국으로부터 받아왔다.

이는 홍콩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한 제도였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홍콩보안법에 반발해 제재성 조치를 쏟아내면서 중국과 서방의 갈등은 한층 증폭됐다.

홍콩 주민들의 망명 신청과 서방 기업들의 홍콩 탈출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일본, 아베 독주체제 끝나고 스가 시대 개막
아베 일본 총리는 건강을 이유로 8월 28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가 9월 16일 취임함으로써 2012년 12월 이후 8년 가까이 이어진 아베 독주 체제는 막을 내렸다.

아베 총리는 강력한 1강 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일본의 우경화를 이끌어왔다.

그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도록 안보법제를 바꾸고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했다.

아베 총리의 필생 과제는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떠나는 아베 총리는 개헌 실패를 두고 "장이 끊어지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가 총리는 2세, 3세 정치인의 세습정치가 흔한 일본에서 시골 농가 출신으로서 기반도 없이 권력의 정점에 섰다.

기성 정치인과 다른 면이 있더라도 그가 이끌 일본 정부가 아베 정부와 크게 다를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스가 총리가 1차 아베 내각에서 총무대신, 2~4차 아베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맡은 만큼 일단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왕년의 영광 꿈꾸는 독립선언
영국은 1월 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했다.

이는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지 3년 7개월 만이었다.

올해 12월 31일이 되면 브렉시트 효력이 유예되는 전환기간마저 끝나 탈퇴가 마무리된다.

영국 보수당 정권은 EU로부터 국경통제권, 사법권을 독립시켜 진정한 주권국으로 거듭난다며 브렉시트를 추진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와 결별을 통해 영국 문화의 우월성, 국제무대에서 독보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홀로서기에 따라 영국의 경제나 안보가 약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영국 정부는 EU와의 미래관계를 설정하는 협상에서 기존 특혜를 누리면서 자주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EU는 불이익이 작으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영국의 요구를 대거 거부하고 있다.

결국 전환기간 만료를 앞두고 미래관계에 대한 합의 없이 탈퇴가 이뤄지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졌다.

특히 무역협정 없이 브렉시트가 닥치면 그 충격은 단순히 유럽을 넘어 유럽의 교역 상대국들로까지 퍼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스라엘-일부 아랍국 국교정상화…이란과의 갈등격화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국가들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중동정세와 직결되는 중대 소식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은 8월부터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와 차례로 관계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숙적인 이란을 견제하려고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타진했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이란의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자국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편향적인 중동정책을 펼쳐왔으며 이를 토대로 가시적 외교성과를 내려고 노력해왔다.

반대로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핵합의 탈퇴에 따라 속속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복원한 데 이어 군사옵션까지 사용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1월 이란의 권력 실세이자 역내 세력확장 전략의 설계 책임자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주도해온 간판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도 11월 27일 암살됐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를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언론을 통해 전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화…지독한 날씨 빈발에 우려 증폭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올해도 점점 더 세계인의 피부에 와닿는 사안이 돼갔다.

기상이변, 특히 극단적인 날씨에 따른 재해는 전 세계에서 지역을 불문한 공통 현상으로 부각됐다.

대서양에서는 미리 지어놓은 이름이 동날 정도로 열대성 폭풍이 많이 발생했다.

올해 허리케인 시즌에 대서양에서 생긴 열대성 폭풍은 모두 30개로 역대 최다인 2005년 28개를 뛰어넘었다.

초강력 허리케인뿐만 아니라 극단으로 치닫는 폭우, 가뭄, 폭염에 따른 피해도 컸다.
한국, 중국, 일본은 보기 드문 집중호우를 겪었고 유럽에는 기록적 폭염이 닥쳤으며 시베리아 동토와 남북극 얼음은 회복 불능 수준으로 빨리 녹아버렸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지구의 균형이 무너져 이변과 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해' 3위 안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중의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정부도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각국은 산업화 전(1850∼1900년)을 기준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2℃로 제한하기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으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적지 않다.
◇민간 우주여행시대 개막…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성공
인류의 우주 개척사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여행이라는 이정표가 올해 세워졌다.

'괴짜 천재'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을 이용해 만들어낸 결실이다.

스페이스X는 5월 30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을 태워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인류는 1961년 옛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을 태운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 이후 모두 여덟 차례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주도한 우주여행은 스페이스X의 올해 사례가 처음이었다.

스페이스X는 5월 시험운항을 넘어 11월 16일에는 실제 임무가 있는 우주비행사 4명을 ISS에 보내 민간 우주선 정규운항의 개시를 알렸다.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여행, 우주 화물운송은 앞으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보잉, 블루 오리진 등 우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항공우주 기업들이 이끄는, 많은 공상과학 영화에 그려진 우주여행 시대도 점차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