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맞은 尹…지지자들, 대검 앞에서 떡 뿌리며 생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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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받아가세요! 떡 받아가세요!"18일 아침 7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은 떡을 나눠주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날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생일로 환갑을 맞은 날이다. 1960년 출생인 윤 총장의 60번째(양력 기준)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지자 1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생일상'을 차린 것이다. 윤 총장이 정직 처분을 받고 출근을 멈춘 지 이틀째이기도 했다.
이날 마련된 떡은 약 1000개로, 박스 약 20개 분량이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모듬떡을 개별 포장한 것이었다. 윤 총장의 지지자들은 생일파티용 고깔모자를 쓴 채 출근하는 대검 직원들에게 포장한 떡을 하나씩 건넸다.
그러나 이 떡을 받는 사람은 네 다섯명 중 한 명 꼴이었다. 바쁜 출근길에 그냥 지나치는 직원들이 많았다. 지지자들은 "얼굴이 예쁜 사람은 떡을 받아간다" "수사를 잘 하는 사람들은 떡을 받아간다"고 외치기도 했다. 입간판도 세워졌다. ‘윤석열 검찰총장님 회갑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축하 문구부터 ‘윤석열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문재인 사퇴하라’ 등 정치적 구호들도 등장했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도 흘러나왔다. 이 행사는 오전 9시30분께 지지자들이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선 “여론 조사 결과뿐 아니라, 서초동으로 몰려오는 열성 지지자들 때문에 윤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더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 안팎에선 "윤 총장에게 여러모로 잊지 못할 생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 총장은 환갑 생일 전날인 17일 오후 늦게 서울행정법원에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소송을 함께 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처안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처분을 지난 16일 오후 6시30분께 재가했다. 즉시 불복 소송전에 돌입한 것이다. 윤 총장의 변호인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 총장 지지자들은 대검찰청 정문 좌우 담벼락과 길 건너 맞은편 서울지방검찰청 담을 따라 근조 화환 444개를 빼곡히 세워두기도 했다. 정부과천청사 밖에 줄지어 설치해둔 것을 윤 총장의 생일에 맞춰 전날 서초동으로 옮긴 것이었다. 근조 화환 개수인 '444'는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감사 전날 몰래 지운 파일의 개수이자,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