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고 OO 아파트 샀어요"…뛰는 규제 위에 나는 시장

규제 비웃는 시장…예측하고 미리 움직여
논산·공주는 규제하면서…아산은 비규제지역
배방읍·탕정면 일대 지난 달부터 매수자들 대거 유입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공사중인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 / 자료=신영
'뛰는 규제 위에 나는 시장'이 됐다.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에 시장이 한 발 앞서 작동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7일 지방 중소도시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규제를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니다. 규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곳은 "이미 예상했다", "매수자들이 이미 각오하고 집을 샀다"는 반응을 주를 이루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풍선효과를 예상해 주변지역을 미리 사뒀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이러한 분위기가 뚜렷한 지역은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일대다. 충남에서는 정부가 새로 지정한 36곳의 조정대상지역에 천안시 동남구와 서북구가 모두 포함됐다. 인구가 10만~11만에 불과한 논산시와 공주시까지도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반면 천안과 인접한 인구 30만명의 아산시는 비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지역 내에서는 "아산은 파주같이 수혜를 볼 것 같다", "천안이 규제로 묶일 것 같아서 아산 아파트를 이미 샀다" 등의 반응이다.

"이미 아산 아파트 사뒀습니다"…진작에 늘어난 거래량

19일 아산시 배방읍 탕정면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일대의 새 아파트들과 분양권에 지난달부터 매수문의가 급격히 증가했다. 신규 아파트 공급까지 있다보니 아산을 비롯한 천안, 세종, 청주 등 주변 지역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

탕정면 A공인중개사는 "삼성디스플레이 단지가 있다보니 전세수요는 꾸준했던 지역"이라면서도 "천안의 집값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르면서 탕정 일대에서도 '이러다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에 매매에 나서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달부터는 외지에서 매수하겠다는 분들 문의가 많아진 게 달라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대의 대장아파트인 삼성트라팰리스(3953가구)는 일주일 만에 1억원가량이 뛴 계약이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용 84㎡의 매매가는 4억2000만원(5층)으로 일주일 전인 10일에 나온 매매가(3억3000만원·17층) 보다 90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3억7000만~3억8000만원대다. 전셋값에 매매가 가능하다보니 세입자들이 갈아타거나 외지에서 갭투자들이 가세하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배방읍 장재리 일대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지역민들은 "천안은 확실하게 규제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접한 아산까지 묶일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를 피한다는 발표가 나면서 매물들의 호가는 하루 새 2000만~5000만원 뛰었다.

규제지역 발표로 아산 수혜지역 확인한 셈…매물 거두고 호가 급등

아산 요진와이시티(1479가구)에 나와 있는 매물은 호가가 오르거나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B공인중개사에게 매물을 문의하자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에 있는 매물을 내리려던 참이다"라며 "집주인이 호가를 올릴지 아예 매물을 거둘지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대의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정부의 발표 전부터도 '규제가 되기 전에 사자'며 집값은 상승하고 있었다. 거래량도 지난달부터 이미 증가했다. 그러다가 지난 17일 정부 발표 이후 희소가치가 더해지면서 호가가 급등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요진 와이시티는 통상 한달에 10여건의 매매가 이뤄졌던 단지였다. 지난 3~4월을 비롯해 10월에는 거래가 3~4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달 세입자와 외지인 수요자들이 매매가 나서기 시작하면서 거래량이 급증했다. 11월에 신고된 거래만도 36건에 달하고, 12월은 22건에 달한다. 신고일자(30일 이내)를 감안하면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매수자가 붙으니 집값도 상승했다. 와이시티 전용 84㎡는 지난 16일(규제 발표 직전) 5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거래가 늘어나기 전인 지난 10월 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달여만에 8000만원이 올랐다. 여기에 규제지역 발표 이후 호가는 7억원까지 뛰었다. 이달에 매매거래가 성사되면 2개월 만에 2억원이 급등하는 셈이 된다.

아파트 호가 하루 새 5000만원 '상승'…분양권 웃돈 3억원 '임박'

분양권에도 불이 붙었다. 신설되는 탕정역(예정) 주변에 조성중인 아파트들의 분양권은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탕정 지웰시티푸르지오, 탕정지구 시티프라디움 등의 분양권에는 이미 2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터였다. 여기에 이번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웰시티 푸르지오 2차의 전용 84㎡ 분양권은 이달들어 6억2260만원(분양가 3억4000만원대)에 팔렸고, 내년 8월에 입주예정인 시티프라디움의 전용 84㎡ 분양권 호가는 최고 6억4000만원에 달한다. 분양가가 3억7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2억7000만원가량 뜀박질했다.

한편 천안시 집값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새 아파트들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불당동의 C공인중개사는 "가파르게 오른 단지들은 관망세지만, 지역 내에서는 집값이 9억까지는 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서북구 성성동 천안레이크타운 2차 푸르지오(전용 84㎡)는 지난 15일 6억38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매물들의 호가는 이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불당동 불당지웰더샵은 지난 5일 8억9950만원(21층)에 거래됐지만, 12일에는 같은 주택형에 비슷한 층이 8억3000만원(24층)에 매매됐다. 린스트라우스(전용 84㎡) 또한 지난 9일 8억480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지만, 일부 매물들은 7억원대에도 나와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