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제가 애 못 낳는 사주라네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난임 여성들은 죄책감, 분노, 조급함, 서러움 등 정서적 고통으로부터 싸우고 있다. 30대 여성 A 씨의 경우 '난임'보다 더한 시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최근 A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 못 낳아서 예민한 여자 취급합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A 씨 부부는 결혼한 지 이제 2년 차다. 남편과는 성격도 잘 맞고 집안일도 분담해 아무런 트러블이 없었다. 평소 손주 타령을 하던 시어머니는 어느 날 사주를 본 뒤 이들을 찾아와 A 씨 사주를 운운하며 "네 사주에 자식이 없던데, 우리 아들 괜히 결혼시켰다"며 "이러다 손주도 못 보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기분이 상한 A 씨는 "아이를 낳는 사람은 저인데 어머님이 왜 그렇게 강요하며 스트레스를 주세요?"라고 맞받아쳤다.

시어머니는 격분하며 "애 하나 낳으라는 게 뭐가 그렇게 스트레스냐"며 "애도 못 낳는 게 어른 앞에서 말대답이나 하고, 애를 안 낳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거니까 그렇게 예민한 거다"라고 소리쳤다. 남편은 시어머니가 돌아가고 난 후 "아이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면 듣기 싫어도 듣는 척이라도 해야지. 왜 그렇게 흥분했냐. 그렇게 화내는 모습 처음 봤다"고 핀잔을 줬다.

A 씨는 "솔직히 잘못한 부분은 없어 사과드릴 생각도 없다. 지금까지 남편에 대해 만족해왔는데 처음으로 이혼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이기적이고 예민한 걸까"라고 조언을 구했다.

시어머니의 손주 타령에 부부갈등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례에 대해 가사전문 변호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임신 출산 강요! 고부갈등! 난임 불임 임신거부가 이혼 사유가 될까요?

‘지구가 멸망해도 고부갈등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아직까지도 고부갈등은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임신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며느리 입장에서는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출산은 결혼의 결과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법률상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입니다. 아이가 없는 건 부부가 함께 풀어나갈 문제이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난임이나 불임이 또는 임신거부도 법률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가정법원의 판례입니다. 자녀 출산은 부부의 결혼생활의 축복된 결과이지만 그 자체가 결혼의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도 시어머니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 노력을 하면 어떨까요?

그런데 아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고부갈등에서는 남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남편은 어머니 편만 들지 말고 우선 아내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남편이 계속해서 어머니 편만 들고 아내를 타박한다면 혼인생활을 계속 어려워질 수 있고 아내가 이혼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모자관계는 다시 화해할 수 있지만 부부관계는 소원해지고 멀어지면 영원히 단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시어머니의 부당한 대우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된 경우 이혼을 인정한 판례도 있고 고부갈등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남편에게 책임을 물은 판례도 있습니다.

“변호사님! 남편도 밉지만 시어머니가 더 미워요. 꼭 소송을 해주세요!”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 재판을 할 경우 남편과 더불어 시어머니를 공동피고로 하여 위자료를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남편에게만 포괄적으로 책임을 묻고 시어머니에게는 별도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시어머니까지 소송에 피고로 한다면 이혼 재판이 너무나 감정적이 되고 합의나 조정도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고부갈등에서는 남편이 큰 결심을 해야 합니다. 결혼을 했으면 부모 특히 어머니로부터 독립해야 할 것이고 아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결혼을 한 후에도 계속하여 어머니 편만 들고 아내에게 소홀히 할 것이라면 애당초 결혼을 하지 말거나 차라리 이혼하고 어머니와 오붓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시어머니가 아들 며느리에게 간섭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부모님이 자녀 교육이나 경제적으로 특히 집값 등 결혼비용을 지나치게 지원해주어서 일종의 지분권 행사개념으로 간섭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나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 정중히 거절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사생활의 자유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결혼한 부부는 독립된 인격체로 부모님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모님도 자녀가 결혼하면 독립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자녀 부부의 결정을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이인철변호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x9A9Q7CDIZ0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