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차관 "미군기지 정화 비용, 美에 소송도 고려"

방위비 협상까지 불똥튀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건배를 하고 있는 모습. /외교부 제공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반환된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과 관련해 미국 정부을 상대로 한 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정화 비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한국이 우선 부담하고 비용 분담은 추후 협의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최 차관이 미국을 향한 소송까지 거론하며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차관은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이 반환받는 12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과 관련해 “미국에게 환경 치유 비용에 대한 소송을 포함한 요구를 할 것”이라며 “협의가 안 될경우 소송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최 차관은 “여러가지를 고려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환경적 측면과 함께 지역적 개발, 그리고 이것에 대한 공정한 측면”이라며 “여러 법적인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앞서 정부는 지난 11일 주한미군 기지 12곳의 반환에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반환되는 기지들은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으로 2010년을 전후해 단계적으로 폐쇄됐지만 한·미 양측의 오염 정화 비용에 대한 이견으로 반환 합의까지는 여러 차례 난항을 겪어왔다. 양국은 12개 기지를 일단 반환하고 정화 비용은 추후 협의하는 선에서 협상을 매듭지었다. 정부는 미군기지 반환을 발표하며 미국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 규정에 따라 정화 비용을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만큼 추후 협상을 통해 비용을 정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고착 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상(SMA)에 오염 정화 비용을 협상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정화비용이 미군기지와 관련된 비용인 만큼 정부가 정화 비용 부담에서 일부 양보하고 대신 분담금의 인상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군기지 반환 발표 일주일 만에 최 차관이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협상 카드로의 활용 방안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의 각기 다른 규정으로 인해 오랜 시간 합의를 보지 못한 사안을 두고 외교부 차관이 상대국을 향한 소송을 직접 거론한 만큼 미국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양국이 서로 다른 자국의 기준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가 지연돼온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해 흑백논리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미숙하다”며 “청와대와의 교감없는 최 차관의 돌발적인 발언으로 보이지만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