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영장 '피해자 정신적 고통도 상해' 이례적 적용

검찰의 히든카드 '강제추행 치상' 첫 적용…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실형 가능성↑
법조계 한 변호사 "사법기관 의미있는 변화…권력형 성범죄 근절 계기"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6개월 만에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 여부가 주목된다.특히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3개월간 원점에서 수사해온 부산지검은 오 전 시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적용한 것으로 알려진 3개 혐의 중 하나가 눈길을 끈다.

이는 강제추행 치상 혐의다.

애초 경찰은 오 전 시장이 집무실에서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만으로 검찰에 송치했다.지역 법조계에서는 두 혐의가 형량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강제추행의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지만, 강제추행 치상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법정형이 강간치상과 같다"며 "피해자 합의 없으면 집행유예도 쉽지 않아 등 적용 법조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단순 위력에 의한 추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 두 혐의보다는 형량이 낮다.검찰은 피해자가 오 전 시장에게 추행당한 첫날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사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점을 근거로 강제추행 대신 강제추행 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나 검찰은 보통 추행이나 강간으로 인해 신체적인 부상이나 상처가 나면 강간치상이나 강제추행 치상 혐의를 적용했지만, 정신적인 피해나 상처에 대해서도 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성범죄 사건에서 위력에 의한 추행이나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벌금형 혹은 집행유예가 많이 선고돼 왔다.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피해자의 정신적 상처와 고통도 강제추행 치상으로 인정한 것 자체가 획기적인 변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맡아온 한 여성 변호사는 "형량이 높은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기소된다면 피해자 합의 유무와 별개로 작량감경이 없는 이상 실형이 선고된다고 봐야 한다"며 "사법기관이 그동안 합의나 위자료 수단으로 취급되던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를 치상이나 상해로 본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이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기소돼 엄벌을 받는다면 향후 특히 권력형 성범죄가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법원에서는 징역 3년 이하를 선고할 때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지만 징역 5년 이상인 강제추행 치상 혐의는 집행유예가 아예 검토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강제추행 치상 혐의 외에도 오 전 시장에게 또 다른 부산시청 직원 추행, 무고 혐의까지 추가해 오 전 시장이 구속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견해가 나온다.

18일 부산지법에서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에 결정될 예정이다.오 전 시장 측은 구속전 피의자 심문에서 "피해 여성들이 하는 말이 다 맞지만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