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7천7개에 돼지저금통까지…익명 기부천사들 온정의 손길

코로나·한파도 못막는 '키다리 아저씨' 곳곳서 숨은 기부

코로나19 사태가 11개월째 이어지고, 최근에는 한파까지 밀려왔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는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의 온정의 손길은 연말연시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에 거주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안산시청 앞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앞에 동전 7천7개 등 현금 307만70원이 든 상자 하나를 놓고 떠났다.

그는 상자 안에 함께 넣은 편지에서 "오래전에 10원짜리를 녹여 구리로 바꾸면 값이 3∼4배가 된다는 뉴스를 보고 탐욕에 눈이 멀어 (동전을) 이렇게 모았다"며 ""안산의 불우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만 밝혔다.

지난 3일 오후에는 안양시 평안동행정복지센터에 한 여성이 찾아와 "이웃돕기에 써 달라"며 현금 100만원을 두고 황급히 돌아갔다. 특히 그는 "(기부금이)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라고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태백시 삼수동 행정복지센터에도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던 지난 17일 점심시간 한 남성이 찾아와 "연말 어려운 이웃에 연탄이라도 지원해 드렸으면 좋겠다"며 5만원권 지폐 20장이 든 봉투를 주고 서둘러 나갔다.

이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매년 이맘때면 '키다리 아저씨'로 통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행정복지센터에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전임자에게서 들었지만, 기부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같은 날 충북 제천시 화산동행정복지센터에는 한 여성이 찾아와 노란색 보따리를 두고 사라졌다.

보따리 안에는 동전 56만930원이 든 저금통 4개가 들어 있었다.
앞서 지난 14일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함에 역시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4천642만7천270원과 손편지를 두고 돌아갔다. 기부자는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모금회에 전화를 걸어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 금액이 줄었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지난 9월 8일 오후에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이동 행정복지센터에도 한 중선 여성이 찾아와 "과거 동장님과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자녀들의 학비를 비롯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10만원권 수표 100장이 든 봉투를 직원에게 전달한 뒤 돌아가기도 했다.

안산시 기부금품 관련 업무 담당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하반기에는 기부가 좀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올 상반기 기부 건수는 지난해보다 100%가량 증가했다"며 "그동안 기부를 많이 한 개인이나 기업체는 자신들이 어려워도 기부는 계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성금 기탁이 지난해보다 많이 감소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익명 기부자들을 포함해 늘 성금을 내오던 분들은 여전히 기부해 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