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시각장애 독거노인에 6년간 반찬 배달 봉사한 세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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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최장기 '가족봉사단' 유선영씨와 두 아들
"하루도 시간 어기지 않고 격주 봉사…온 가족 삶의 태도 바뀌어" "격주 토요일마다 어르신께 반찬 갖다 드리는 일이 삶의 우선순위가 됐어요. 항상 현관문까지 열어두고 저희를 기다리시거든요.
"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유선영(46) 씨와 두 아들 김정운(18·고3)·태우(12·초6) 군이 6년째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최장수 가족봉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함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가정은 흔치 않다. 세 모자가 6년간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시각장애 독거노인에게 반찬 배달을 한 선행은 주변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6년이나 된 줄 몰랐다"며 쑥스러워하는 유씨와 두 아들을 지난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유씨 가족의 봉사활동은 이제 곧 고교 졸업을 앞둔 첫째 아들 정운 군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했다. 유씨는 "첫째가 중학생이 됐을 때 봉사활동 점수를 채워야 한다고 해서 봉사활동 모집 글을 검색해 보게 됐다"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왕이면 형식적 봉사활동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친정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시각장애를 겪어 지나가다 마주치는 시각장애인을 볼 때면 모두 남 같지 않았다"며 "저희 아버지는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보살펴 드렸으나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는 시각장애인이 더 많다는 사실을 차츰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시각장애인 이모(84)씨와의 인연은 그렇게 그때 처음 맺어진 뒤 어느새 6년째 이어오고 있다. 격주 금요일마다 장을 보고, 토요일에는 반찬을 준비해 이씨의 집을 찾아가는 일은 이제는 일상이 됐다.
하루는 소고기뭇국에 동그랑땡, 또 다른 날은 김장김치에 불고기 등 매번 메뉴를 달리하며 반찬을 준비하는 일이 유씨는 "별로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이 아빠가 제일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준비하는데, 사실 매번 빠지지 않고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이 제일 고맙다"고 강조했다. 평소 이씨의 집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 보니, 형제는 손자처럼 이씨의 적적한 일상 속 말벗이 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덩달아 형을 따라다니게 된 둘째 태우 군은 "음식을 준비해서 형이랑 같이 가면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다가 온다"며 "이제 형이 대학교에 가면 내가 이 봉사활동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정운 군은 "때로 가족에게 털어놓기 힘든 얘기를 할아버지께 오히려 편하게 할 때가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할아버지께 제가 의지한 것 같아서 내게 친할아버지 한 분이 더 생긴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제 막 수능을 치른 김 군은 시각장애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치료 전공을 희망하고 있다.
엄마를 따라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림을 좋아하는 김 군이 미술치료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삶의 진로에도 영향을 받았다.
봉사활동을 통한 삶의 변화는 어머니 유씨에게도 찾아왔다.
늦은 나이에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마친 유씨는 자격증을 취득하고서 최근 의정부시의 한 요양원에 취업해 아픈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씨는 "가족의 마음이 좋아졌다"며 운을 뗐다. 유씨는 "처음에 막내가 너무 어려서 걱정이 됐는데 사교육 없이 아이들도 모두 잘 자라주고, 시간이 흐르고 보니 우리가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며 "어르신께서 계속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
"하루도 시간 어기지 않고 격주 봉사…온 가족 삶의 태도 바뀌어" "격주 토요일마다 어르신께 반찬 갖다 드리는 일이 삶의 우선순위가 됐어요. 항상 현관문까지 열어두고 저희를 기다리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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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유선영(46) 씨와 두 아들 김정운(18·고3)·태우(12·초6) 군이 6년째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최장수 가족봉사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함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가정은 흔치 않다. 세 모자가 6년간 단 한 차례도 빠트리지 않고 시각장애 독거노인에게 반찬 배달을 한 선행은 주변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6년이나 된 줄 몰랐다"며 쑥스러워하는 유씨와 두 아들을 지난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유씨 가족의 봉사활동은 이제 곧 고교 졸업을 앞둔 첫째 아들 정운 군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했다. 유씨는 "첫째가 중학생이 됐을 때 봉사활동 점수를 채워야 한다고 해서 봉사활동 모집 글을 검색해 보게 됐다"며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왕이면 형식적 봉사활동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친정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시각장애를 겪어 지나가다 마주치는 시각장애인을 볼 때면 모두 남 같지 않았다"며 "저희 아버지는 가족들이 모두 나서서 보살펴 드렸으나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는 시각장애인이 더 많다는 사실을 차츰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시각장애인 이모(84)씨와의 인연은 그렇게 그때 처음 맺어진 뒤 어느새 6년째 이어오고 있다. 격주 금요일마다 장을 보고, 토요일에는 반찬을 준비해 이씨의 집을 찾아가는 일은 이제는 일상이 됐다.
하루는 소고기뭇국에 동그랑땡, 또 다른 날은 김장김치에 불고기 등 매번 메뉴를 달리하며 반찬을 준비하는 일이 유씨는 "별로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는 "아이 아빠가 제일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준비하는데, 사실 매번 빠지지 않고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이 제일 고맙다"고 강조했다. 평소 이씨의 집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 보니, 형제는 손자처럼 이씨의 적적한 일상 속 말벗이 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덩달아 형을 따라다니게 된 둘째 태우 군은 "음식을 준비해서 형이랑 같이 가면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다가 온다"며 "이제 형이 대학교에 가면 내가 이 봉사활동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정운 군은 "때로 가족에게 털어놓기 힘든 얘기를 할아버지께 오히려 편하게 할 때가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중학교, 고등학교 6년 동안 할아버지께 제가 의지한 것 같아서 내게 친할아버지 한 분이 더 생긴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제 막 수능을 치른 김 군은 시각장애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치료 전공을 희망하고 있다.
엄마를 따라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림을 좋아하는 김 군이 미술치료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삶의 진로에도 영향을 받았다.
봉사활동을 통한 삶의 변화는 어머니 유씨에게도 찾아왔다.
늦은 나이에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를 마친 유씨는 자격증을 취득하고서 최근 의정부시의 한 요양원에 취업해 아픈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유씨는 "가족의 마음이 좋아졌다"며 운을 뗐다. 유씨는 "처음에 막내가 너무 어려서 걱정이 됐는데 사교육 없이 아이들도 모두 잘 자라주고, 시간이 흐르고 보니 우리가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며 "어르신께서 계속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