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정치권 뒤흔든 펀드 수사

J·U·S·T·I·C·E로 살펴본 2020 법조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의 갈등은 지난 1월 추 장관이 취임한 이후 줄곧 이어져 왔다. 두 사람은 검찰 정기인사,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 수사 및 감찰 등 사사건건 부딪쳤다. 지난 16일에는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뉴스1
다사다난한 2020년이 저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례 없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 디지털 성범죄와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둘러싼 수사와 재판은 올 한 해 법조계를 뜨겁게 달궜다. ‘공정성’ ‘사법(재판)’ ‘정의’ 등의 의미를 갖는 ‘JUSTICE’를 키워드로 한 해를 정리했다.

J (Jongno=대형 로펌들의 ‘종로 시대’)

올해 3월 법무법인 태평양이 종로구 종각역 인근 센트로폴리스로 둥지를 옮겼다. 국내 ‘빅4’ 로펌이 모두 서울 강북 종로 일대에 모이게 됐다. 태평양의 종로행은 서소문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옮겨간 지 22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법무법인 세종이 종로3길 광화문 디타워로 이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광화문 인근의 세양빌딩, 적선현대빌딩 등 6개 건물에 입주해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소공동 한진빌딩에 사무실을 꾸리고 있다. 이들 로펌이 종로를 선호하는 이유는 국내 주요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의 본사와 금융회사, 정부 부처 등 핵심 고객들이 가까이 밀집해 있어서다.

U (Untact=코로나19로 달라진 재판)

코로나19로 법원도 ‘언택트’로 재판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서울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등이 ‘원격영상재판’을 시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소송대리인은 각자 사무실에서 컴퓨터 등에 설치된 웹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재판에 참여한다. 지난 6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부가 사상 첫 영상 재판을 열었다. 국제 중재 부문에서도 중재인과 대리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신, 영상으로 심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S (Supreme court=좌클릭 대법원)

법조계 안팎에선 대법원의 편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한 해였다. 현재 대법원 법관 총 14명 중 11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다. 그중 6명은 우리법연구회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이른바 진보적인 단체 출신이다. 올해 대법원 판결은 일부에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사건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사실을 숨긴 채 TV 토론회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 이 지사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사건도 앞선 1·2심을 모두 뒤집고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T (Telegram=‘n번방’ 디지털 성범죄)

조주빈 일당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성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의 위험성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최대 29년3개월까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새 양형 기준안을 의결했다. 이전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조차 없었다. 지난 11월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도 이 양형 기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사방 2인자로 불린 강훈은 최근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받았다.

I (Imprisonment=MB, 징역 17년 확정)

지난 10월 말 대법원은 자동차부품 회사인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을 확정했다. 2018년 5월 재판이 시작된 지 2년5개월여 만에 ‘다스는 MB 것’이라고 결론낸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논란 등은 2007년 한나라당(옛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부터 불거졌다. 2007~2008년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거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10년이 흘러 이 전 대통령 측근 및 다스 전·현직 임직원들이 증언을 바꾸면서 이 전 대통령의 수감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C (Conflict=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올해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현실화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취임한 지 닷새 만에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한직으로 발령내는 ‘숙청 인사’를 단행해 갈등을 예고했다. 7월에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에서,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수사에서 각각 윤석열 검찰총장은 손을 떼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 먹었다”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가시 돋친 장외 설전도 오갔다.추 장관이 지난 11월 말 윤 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이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만큼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E (private Equity fund=사모펀드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관련 수사가 올 한 해 서초동을 뜨겁게 달궜다. 각종 펀드사기 수법이 동원돼 대량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났을 뿐 아니라, 여권의 정·관계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수사 규모가 확대됐다. 이달 초에는 옵티머스펀드 관련 수사를 받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 서초동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라임 사태는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 술접대’ ‘야권 봐주기 수사’ 의혹 등을 ‘옥중 편지’로 폭로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 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법조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