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오르니 경매 낙찰가율도 뛰네…95.2% '역대 최고'

서울 낙찰가율 10~12월 110% 안팎…김포·파주 11월 '급등'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올해 법원경매에서 아파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값이 많이 뛴 데 따른 여파다.

21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법원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들의 낙찰가율은 95.2%로, 이 업체가 법원이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통계를 분석한 200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아파트 낙찰가율은 2017년 92.3%에서 2018년 89.3%, 지난해 85.5%로 2년 연속 하락했으나 올해 95.2%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최근 5년간 주거시설 종별 낙찰가율. 2020년은 추정치. /지지옥션 제공
경매 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서울의 경우 1월 99.4%, 2월 100.6%로 강세를 보이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법원이 휴정에 들어가면서 3월 88.3%로 크게 떨어졌다. 4월에는 입찰이 재개되고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몰린 영향으로 105.4%로 회복됐고, 8월까지 꾸준히 100%를 상회했다. 2차 휴정 조치가 내려진 9월에는 다시 낙찰가율이 89.5%로 떨어졌으나 이후 10월 111.8%, 11월 108.4%, 12월 110.0%로 연말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1∼2월 4.8명, 7.9명에서 3월 1.0명으로 떨어졌다가 4∼5월 5.0∼5.4명, 6∼7월 8.1∼8.5명, 9월 4.4명, 12월 9.2명으로 연말에 다시 관심이 집중됐다.

3분기까지 서울 외 지역의 경매시장은 조용한 편이었으나 정부의 규제를 피해 수도권 외곽과 지방으로 투자 수요가 돌리면서 4분기 경기도 김포·파주, 울산, 부산 등의 경매시장이 들썩였다.김포의 경우 8월까지 90%대 초중반에 머물던 아파트 낙찰가율이 9월 100%를 넘겼고, 11월 131.2%까지 치솟아 과열 양상을 보였다. 파주도 10월까지 100% 아래에 머물렀으나 11월 108.1%로 급등했다. 정부는 11월 김포 등을, 12월 파주 등을 각각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 부동산 과열 차단에 나섰다.

올해 연립·다세대주택의 낙찰가율은 71.6%, 단독·다가구주택은 74.8%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0.6%포인트, 0.4%포인트 올랐다.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미미했다.

전체 주거시설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은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로 119명이 응찰했다. 지지옥션은 "작년 경쟁률 상위 10개 물건 중 비수도권 물건은 2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전주 아파트를 비롯해 6개가 들었다.경매시장에서 아파트의 인기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번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주거시설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 있는 한 주택이었다. 경쟁률이 13대 1이었던 이 주택은 감정가인 260만원보다 무려 62.3배 높은 1억6200만원에 낙찰됐다.

업무·상업시설의 경우 낙찰가율은 65.0%로 작년보다 6.3%포인트 상승했고, 낙찰률은 작년 24.3%에서 올해 25.7%로, 평균 응찰자 수는 2.9명에서 3.0명으로 각각 소폭 상승했다. 업무·상업시설 중에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근린상가가 431억원에 낙찰돼 올해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이 상가의 낙찰가율은 감정가(378억원)를 훌쩍 넘긴 114%로 나타났다.

토지 경매의 낙찰률은 36.4%로 작년(35.4%) 대비 소폭 상승했으며 낙찰가율도 작년(70.4%)보다 높은 72.0%를 기록했다. 공업시설 경매 낙찰가율은 62.0%로 작년(67.6%)보다 감소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로 확인됐다.지지옥션은 올해 9월과 10월 감정가가 2800억원이 넘는 대형 물건 2개가 각각 감정가의 12%, 8% 수준에 낙찰되면서 전체적으로 낙찰가율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올해 주거시설에 몰린 경매 수요는 전세난 등 여파로 내년에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