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복 감독 "괴물은 인간 안에…가장 기괴한 건 결국 마음"

300억 투입한 넷플릭스 대작 '스위트홈' 연출

태양의 후예·도깨비 대박 이끈
'흥행의 神'답게 벌써 8개국 1위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션샤인’…. 2010년 이후 한국 드라마 시장을 뒤흔든 이응복 감독(사진)의 흥행작이다. 국내 드라마계에서 ‘흥행의 신’으로 손꼽히는 이 감독이 또 한번 흥행 신기록에 도전한다. 300억원이 투입된 넷플릭스 대작 ‘스위트홈’을 통해서다.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공개 3일 만인 지난 20일 ‘스위트홈’은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8위에 올랐다. 한국, 베트남, 필리핀, 카타르 등 8개국에선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멕시코 등 32개국에선 10위권에 들었다. 이 감독은 21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그 가치가 전 세계에 전달되고 소통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스위트홈’의 원작은 12억 뷰를 기록한 동명 웹툰이다. 총 10회로 구성됐으며 송강, 이진욱, 이시영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은둔형 외톨이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를 간 아파트에서 겪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담았다. 기괴한 모양의 괴물들이 나오는 ‘크리처’ 장르물에 해당한다. ‘도깨비’와 같은 로맨스물을 주로 만들었던 이 감독으로선 색다른 시도다.

그는 “작품에서 인간 간의 예의와 공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남녀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며 ”결국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번 작품의 제작비는 넷플릭스의 국내 최고 흥행작 ‘킹덤’(2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작을 만드는 부담에도 이 감독은 과감하게 신인 배우 송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스타 배우보다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일치도)이 높은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송강 씨의 감정이 극중 현수와 가장 비슷해서 저도, 송강 씨도 자신감 있게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스위트홈’이 여타 크리처물과 다른 점은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과정이다. 각 캐릭터들은 내면의 강렬한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 그는 “사람 보고 ‘괴물 같다’고도 하지 않느냐”며 “인간 안에 괴물성이 나타나는 현상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크리처로 시작했지만 주제 의식은 인간의 마음으로 귀결된다”며 “괴물과 싸울 때 정, 가족애 등이 발현되는데 이 부분에서 다른 크리처물과 차별화된 한국적인 특성이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괴물을 시각화하는 데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괴물의 움직임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괴물 안에 있는 본능과 욕망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괴물로 변한 것이므로 움직임에 인간성이 함께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점들을 반영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괴물 캐릭터를 개발했다.넷플릭스 이용자들 사이엔 벌써부터 시즌 2 제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개 직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선 ‘스위트홈 시즌 2’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그는 작품 결말에 시즌2 제작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 감독은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다”며 “제작하게 된다면 시즌 1의 주제 의식을 좀 더 공고히 하고 보완해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tvN에서 방영될 드라마 ‘지리산’ 연출도 맡았다. ‘지리산’은 ‘킹덤’ ‘시그널’ 등을 만든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다. 전지현, 주지훈 등이 캐스팅됐다. 이 감독은 “김 작가가 넷플릭스와 작업한 ‘킹덤’이 워낙 잘됐는데 이번에 ‘지리산’으로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전지현, 주지훈 씨도 평소 같이하고 싶었던 배우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