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부터 접종을"…美기업 백신 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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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아마존 등미국 기업들이 자사 직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조금이라도 빨리 맞히려고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경영 정상화가 조기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필수직군 앞세워
연방·州정부 공략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과 차량호출기업 우버는 물론 금융회사 육가공업체 등도 연방정부와 주(州)정부를 상대로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주지사 50명에게 서한을 보내 “운전기사들이 백신 접종의 최우선권을 가져야 한다”며 “코로나19와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도 일터에 가기 위해선 우리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미국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권고하지만, 대상자를 선정할 권한은 주정부가 갖고 있다.
아마존도 CDC를 향해 “배송 직원들은 매일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접종 우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촉구했다. 아마존은 주정부들을 대상으로 별도 설득 작업을 펴겠다고 밝혔다.
포드 등 자동차회사와 월마트 등 식료품체인, 미국증권거래소, 미국은행협회, 미국식당연합회 등도 각기 필수 직군에 포함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료 관련 업체인 콘티고헬스의 조너선 슬로킨 의료책임자는 “많은 기업이 서로 필수 업종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정된 백신을 먼저 가지려고 레슬링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미국에선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 거주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초기 배포 물량이 워낙 부족한 게 문제의 원인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어느 업종까지 필수 직군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추산한 광범위한 필수 직군엔 8700만여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인구의 약 26%다.
美기업 "직원 집단면역이 경영 정상화 앞당겨"
美정부, 백신 2차 접종자 결정…교사·경찰·식료품점 직원 포함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자문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백신을 접종할 차기 우선순위 대상자를 결정해 각 주정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2차 대상자는 교사와 보육시설 직원, 경찰·소방관, 교정직, 식료품점 및 제조공장 근로자, 75세 이상 노인 등이다. 미국에서 이 집단에 포함되는 인구는 약 4900만 명에 달한다는 게 자문위 설명이다.자문위는 식료품점 직원 등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면서 다른 직원이나 소비자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직군에 속하면 필수업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75세 이상 노인은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사망 위험이 높다는 점이 감안됐다.자문위는 3차 접종 대상자도 표결을 통해 확정했다. 필수업종 중 2순위로 밀린 운송·물류, 금융, 정보기술(IT), 에너지 서비스 등 10개 분야의 근로자가 대상이다. 만 65∼74세의 고령층, 기저질환이 있어 합병증 위험이 있는 16∼64세 성인 등도 들어갔다. 이들 3차 대상자는 1억2900만여 명이다. CDC는 2개월 내 1차 필수 직군인 의료진과 요양시설 거주자 접종을 끝내고 2차 접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선 화이자에 이어 두 번째로 식품의약국(FDA) 및 CDC 승인을 받은 모더나 백신의 배송이 이날 일제히 시작됐다. 모더나 백신 접종은 1차 필수 직군을 대상으로 21일부터 이뤄진다. 모더나의 첫 배송 물량은 590만 회 분량이다.
모더나 백신은 일반 냉동고에서 유통·보관할 수 있어 영하 70도의 초저온 환경에서만 배송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보다 보급 속도가 빠를 전망이다. 화이자 백신과 달리 연방정부가 직접 모더나 백신 보급 작전을 관장하고 있다. 그만큼 보급 속도 및 보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