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봐주기' 논란에…"판례 정밀분석 중"

"블랙박스 영상 없는 등 증거 불분명해 현행범 체포 안해"
내년 경찰 '1차 수사 종결권' 시행 앞두고 논란 재발 우려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취임 전 택시기사를 폭행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은 사건이 논란이 되자 경찰이 관련 판례 분석에 나섰다.경찰 관계자는 21일 "서울경찰청 내 법조계 출신과 현직 변호사, 이 사건을 실무상으로 취급한 간부들을 중심으로 판례를 정밀하게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하던 지난달 6일 밤 늦은 시간에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기사를 폭행했지만 입건되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당시 폭행은 차량 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택시기사가 운전석에 앉은 채 몸을 뒤로 돌려 이 차관을 깨우려 하자, 이 차관이 그의 멱살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택시기사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서울 서초경찰서는 운전 중인 자동차 운전자 폭행을 무겁게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같은 달 12일 내사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택시가 운행 중이 아니라고 보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판례도 있고, 다시 운행이 예상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보고 특가법을 적용한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경찰은 "목적지에 도착해 정차했고 운전 중이 아니었다"는 택시기사 진술도 판단에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관은 당시 현행범 체포되지 않고 파출소로 임의동행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한 경찰이 현행범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택시 블랙박스에 영상이 녹화돼있지 않아 증거관계가 불분명했고, 이 차관이 인적사항을 제출하고 수사에 협조할 의향을 밝혀 귀가 후 출석시켜도 될 것으로 보고 발생 기록만 경찰서로 넘겼다"고 말했다.
해당 택시의 블랙박스에는 영상이 저장되는 SD카드가 삽입돼 있었으나 사건 발생 당시에도 저장된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출동 경찰관이 택시기사와 함께 이런 사실을 확인했고, 추후 수사부서에서도 수차례 조사했지만 영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사건 당일 파출소에서 진술한 것 외에는 경찰의 추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이후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수사할 실익이 없어 내사 종결로 처리한 것"이라며 "그렇게 내사 종결한 사례들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건이 서울경찰청에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통상 중요한 사람에 대한 사건의 경우 발생 보고부터 받지만 결과까지도 일절 보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하는 법 해석서인 '교통사범 수사실무'에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을 '운행 중'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해석서는 지금도 실무에서 활용되지만, 2013년 4월 이후 개정된 적이 없어 2015년에 바뀐 특가법 내용을 반영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의 폭행이 알려진 뒤 형사 입건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 경찰의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놓고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코앞으로 다가온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비슷한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우려도 내놓는다.경찰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입건한 사건도 자체적으로 '검찰 불송치'를 결정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