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다르면 가족도 아니냐"…수도권 방역수칙 논란

주민등록상 주소지 같은 가족 모임만 허용
부모가 옆집 살아도 찾아가 5인 이상 모이면 과태료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발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23일 0시부터 내년 1월3일 자정까지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전면 금지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넘나들면서 나온 사상 초유의 조치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적용되는 '10명 이상 집합금지'보다도 높은 수위다. 당장 연말을 맞아 각종 모임을 준비했던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각종 동창회·송년회·직장 회식 등은 사실상 금지됐다. 결혼식, 장례식 정도만 행사의 예외적 성격을 고려해 2.5단계 거리두기 기준인 '50명 이하 허용'이 유지된다.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가족 모임이다. 방역당국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같은 경우는 5인 이상 모임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주소지가 다를 경우 부부를 비롯해 가족이 만나더라도 5인 이상 모임이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셋인 가정에서는 지방 근무 중이라 주소지가 다른 남편과 만나선 안된다. 또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은 5인 이상 가족 모임을 해도 되지만 부모가 옆집에 살아도 찾아가 5인 이상 모임을 하는 것은 금지되는 셈이다. 주소지가 다른 사람끼리 굳이 연말에 모이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회사 사람끼리 업무 성격으로 5명 이상 모여서 식사할 경우에도 음식물 섭취가 꼭 필요했는지 관련 당위성이 입증돼야 한다.

당국은 수도권 주민이 비수도권에서 5인 이상 모여도 안된다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비수도권 거주자도 수도권에선 5인 이상 모여선 안된다. 다만 당국은 단속보다는 경고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식당 등을 돌며 단속행위를 하지는 않겠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생활은 위축될 여지가 크다. 당국이 만남 과정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기 때문.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에 갔다가 역학조사 결과 5인 이상 모임이 적발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은 이번 명령을 어기는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과태료 부과와 행정조치 등으로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이용자에게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업주는 시설폐쇄 또는 운영 중단은 물론 고발 조치되고 최대 300만원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가혹하다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백신 확보를 먼저 하라" "주소지가 다르면 가족도 아니라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말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도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