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전단금지법' 비판에 …송영길 "韓 표현의 자유가 더 완벽"

"'군사적 심리전' 유지하며 핵 포기 설득 어려워"
"북한 인권 걱정? 유니세프 통해 돕는 것이 효과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국 의회 등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 및 비판 의견을 적극 밝히는 데 대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미국보다 더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송영길 위원장은 "북의 인권을 걱정하는 진정한 인권단체라 한다면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 등 국제기구를 통해 결핵,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을 돕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대북전단 허용, 국제사회 교류 차단 역효과"

그는 21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38 North)에 기고한 '최근 통과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제하 글을 통해 "(대북전단을 허용하면) 북이 더욱더 폐쇄사회로 나가고 국제사회와 교류를 더 차단하는 역효과를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송영길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선) 북한 김정은 정권비판, 김정은 화형식 등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비판이나 타도 등을 주장하는 집회, 문재인 대통령 인형을 만들어 때리고 심지어 화형시키는 행위도 표현의 자유로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법안은 모든 전단 살포행위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고, 전단 등 살포행위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심각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금지한다"면서 "미국 의회나 인권단체가 우려하듯이 3국에서 살포하는 행위, 외국 시민단체가 하는 행위, 군사분계선 근방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더라도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저촉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송영길 위원장은 "이것조차도 남북합의사항이 북의 위반으로 파기될 때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규정을 삽입했다"며 "사실상 전단 살포의 일시와 장소를 언론에 공개해 노골적으로 북을 자극하는 정치적 이벤트성 행위만 통제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선 일대에서 김정은 정권 타도를 외치고, 김정은을 화형시키는 사진과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를 반라의 여자와 합성사진 등을 만들어 뿌리는 전단 등은 사실상 심리전으로 전쟁 수행방식의 하나"라며 "한반도는 법률적으로 전쟁상태로, 이같은 심리전을 수행하는 것을 방치하면서 북의 핵포기를 설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도 전했다.

대북전단살포 금지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조치인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수차례 남북 간 합의의 핵심내용이 상호비방금지, 상호 간 체제인정"이라며 "북은 남에 전단 등을 뿌리지 않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이를 허용하면서 북에게 합의사항을 지키라고 강요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 사진=한경 DB
대북전단 살포가 남북 간 협약 위반 사안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는 1972년 보수 성향의 박정희 정부가 서명한 7·4 남북공동선언과 1991년 노태우 정부가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상호 비방이나 모독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이명박·빅근혜 정부도 전단 살포를 금지했다"고 했다.

송영길 위원장은 "실제 효과도 없는 군사분계선 북한 풍선 날리기는 실질적 북한 인권 개선보다는 사실상 북한 정권 타도를 목표로 한 군사적 심리전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대북전단을 허용하면) 북이 더욱더 폐쇄사회로 나가고 국제사회와 교류를 더 차단하는 역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인권 관련 국제사회 우려 커져…"바이든 행정부와 갈등 우려도"

최근 대북전단 금지법을 둘러싼 국제사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는 탈북자나 북한 인권 관련 시민 단체들의 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는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해 내년 초 청문회를 열기로 한 상태다.지난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화당 측 관계자는 "내년 1월 새 의회 회기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북 전단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대북 전단 금지법 외에도 인권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포괄적으로 다뤄질 계획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공화당)은 앞선 12일 성명을 통해 "한국에서 시민 자유에 대한 경시와 공산주의 북한에 대한 묵인이 증대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미 행정부의 우려를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WP는 "미 의회는 한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달래기 위해 언론 자유와 인권을 희생시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럴드 코널리 의원 미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사진=EPA
미국 하원의 대표적 지한파로 통하는 제럴드 코널리(민주·버지니아) 하원의원도 "한국 의회가 최근에 남북한 접경지역과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인쇄물, 보조 저장장치, 돈, 기타 물품을 북한으로 보내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한 것을 우려한다"면서 "이 법안이 현재 형태로는 한국 인권단체들이 독립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하는 능력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대북전단 금지법의 수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내년 1월 들어설 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 설정에 있어서도 이번 사안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미국 민주당 정부는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해왔기 때문에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16일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APPG NK)'이 주최한 온라인 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이 끊임없이 말하는 것이 수정헌법 1조"라며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등) 조치들은 미국 신행정부 정책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출판·집회 등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