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兆 기후기금' 사용처 깜깜이…경제성 낮은 태양광 패널만 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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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팔아 재원 마련정부와 여당이 조성하기로 한 기후위기대응기금이 ‘눈먼 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최대 12조원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추산되는 기금이 경제성 낮은 태양광사업 등에 ‘묻지마’ 식으로 투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녹색기술·산업 투자 명목으로 설립될 예정인 녹색전환산업투자회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경제계는 “기후위기대응기금 등을 연료전환에 나서는 발전업계에 중점적으로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출혈경쟁 태양광에 '쏠림' 우려
전문가들 "독일·덴마크처럼
석탄발전 연료전환에 투자해야"
與 “탄소중립으로 2차 입법 대장정”
2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기후위기대응 4법’(기후위기대응 기본법,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녹색전환 기본법, 에너지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내년도 중점 법안으로 추진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탄소중립사회 전환을 위한 개혁입법 2차 대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기후위기대응 기본법은 기후위기대응기금을 신설해 탄소중립 추진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기후위기대응기금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정부 유상할당 수입금이 주요 재원이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은 정부가 각 기업에 허용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면서 일정 비율의 배출권을 정부로부터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이 비율은 3%로 돼 있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을 100만큼 허가받은 유상할당 업체는 3만큼 정부로부터 사거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이 비율을 이르면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정부 내에서는 20%안, 40%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할당 비율이 10%인 경우 제3차 계획기간 유상할당 수입금이 3조원, 20%는 6조원, 40%는 12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기금 사용처 불투명”
기후위기대응기금은 대규모로 추진되면서도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위기대응 추진기반 구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도 정비 및 사업 지원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등에 쓰도록 명시된 정도다. 전문가들은 지난 4일 관련 입법공청회에서 “기금 사용처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가 보장되지 않을 듯하다” “연쇄도산 가능성이 있는 태양광 사업에 주로 쓰이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을 내놨다.경제계에서는 기후위기대응기금이 경제성 낮은 태양광 사업 대신 석탄발전의 연료전환에 사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발전업계는 정부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의 절반가량은 석탄발전 등 발전회사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출권 부담이 점차 커지면서 석탄발전은 수명이 도래하기 전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 석탄발전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전환 등에 기금의 상당액을 써야 형평성에도 맞고, 탄소중립의 경제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독일과 덴마크는 석탄발전소가 수명이 다하기 전에 연료전환을 하면 투자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 가동되는 석탄발전소 60기 중 최소한 10기 이상이 완공 후 30년 경과 이전에 LNG로 연료를 전환해야 한다”며 “기금 등 지원이 없는 연료전환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녹색 좀비기업’ 양산하나
녹색전환 기본법을 통해 설립되는 녹색전환산업투자회사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녹색전환산업투자회사는 공공기관이 출자하면 정부가 일부 또는 전액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민주당이 자본금 5조원 규모로 새로 설립하기로 한 녹색금융공사도 이 투자회사의 주요 출자자가 될 전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름만 ‘녹색기술’ ‘탄소중립’ 등을 내건 ‘좀비기업’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금이 대규모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녹색전환 기본법을 통해 신설될 예정인 대통령 소속 ‘녹색전환 국가위원회’는 구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대 50명의 위원 중 과반을 민간인으로 채우도록 하면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위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성배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항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임도원/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