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과 현대건설 간 염해 분쟁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농민과 현대건설 간 중재안을 마련했지만, 벼 경작 농민들이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서산간척지 B지구 경작자협의회는 22일 서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의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B지구 경작자협의회는 부석면 거주 농민 214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산간척지 B지구 염해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석면 농민들은 "B지구 내 부남호(담수호)를 관리하는 현대건설 유지보수사업소가 2012년 부남호 보(洑) 일부를 철거하는 바람에 염해를 봤다"며 현대건설에 피해 보상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지난 9월 환경부에 재정신청을 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양측의 입장 청취와 회의를 거쳐 농민과 현대건설 간 중재안을 만들어 제시했다. 중재안 주요 내용은 부남호 관리 상황 공유 등을 위한 협의회 설치 운영, 2022년 1월부터 현대건설이 소유한 A지구 임대농지 중 165만㎡(50만평)를 부석면 거주 주민에게 임대, 협의회에 환경분쟁조정 신청 등의 비용 보전비로 4천만원 지급 등이다.
하지만 부석면 농민들은 'A지구 임대농지 중 165만㎡를 부석면 거주 주민에게 임대' 조항을 문제 삼고 나섰다.
부석면 거주 주민은 원주민과 귀농·귀촌인 등 5천400여명에 이르는 부석면 전체 주민이란 뜻인데, 벼농사를 짓지도 않는 주민에게 농경지를 임대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윤길로 경작자협의회 사무국장은 "직접 벼농사를 짓는 협의회 소속이 아닌 부석면 거주 전체 주민으로 임대 범위를 넓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주민 간 싸움을 붙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측은 "A지구 농경지 임대 방침은 염해 보상 성격이 아닌 지역 상생 차원으로 이해하고 제시한 것"이라며 "경작자협의회 회원들로 한정할 경우 피해보상 성격이 강해 보상 범위가 부석면 주민은 물론 인근 태안군민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서산간척지 B지구는 57.82㎢ 규모로, 1985년 준공돼 1995년부터 영농이 시작됐다. 현재 65%인 37.5㎢가 농경지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