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애플에 테슬라 팔려고 했는데 만남조차 거절당해"

애플 전기차 진출에 '견제구'

시장선 긍정·부정론 갑론을박
"엄청난 기회" vs "생산 어려워"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금난에 허덕였을 때 회사를 애플에 팔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가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 인수 의사를 타진하려고 쿡 측과 접촉했는데 결국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은 애플이 이르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란 보도 직후 나왔다.

머스크는 테슬라 매각 의사를 쿡에게 전달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시절(darkest days)이란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2017년 중반부터 2019년 중반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이 시기에 모델3 생산량을 늘리려다 최악의 자금난에 봉착했다. 머스크는 당시 고충을 설명하며 파산 1개월 전까지 몰렸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2018년엔 테슬라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트윗했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피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이익을 내는 등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6070억달러에 달한다. 테슬라의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뒤를 이어 세계 두 번째 부자가 됐다.

머스크는 애플의 전기차 출시 계획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상하다”고 촌평했다. 애플을 잠재적인 경쟁사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다.

이날 월가에서도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움직임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짐 수바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많은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며 “자동차 부문은 수익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애플이 실제 자동차를 생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투자은행 베어드의 윌리엄 파워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시장은 수조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어서 애플에 장기적으로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 창업자인 진 먼스터는 “과거 행적을 살펴볼 때 애플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전기차 시장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이날 “전기차 확대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티지지는 트위터에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수백만 대의 새로운 전기차를 도로에 투입해야 한다”며 “미국 내 모든 지역에서 공공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1조7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