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없는 집 상상도 못해…"잠만 자지 말고 놀아주세요" [강영연의 인터뷰 집]

친구보다 엄마, 아빠가 좋아
집에서 제일 좋은 건 장난감, 컴퓨터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에게 집이란?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엄마, 아빠랑 놀 수 있어서요."김시윤 어린이(4세)가 집을 좋아하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유치원에 못가고 집에만 있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빠와 하는 총쏘기 놀이'다. 그 장난감이 가장 좋은 이유는 '엄마가 사줬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번주는 아이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부동산이 욕망의 대상이 되고 사회 단절의 요인까지 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인식들이 없는 순수한 동심이 가진 집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3~13살까지 여섯 아이들의 마음을 정리했다. 나이대 마다 집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아이들에게 집은 그 자체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가족이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해했다. 시윤이에게 살고 싶은 집을 묻자 '6층'이라고 답했다. '6층??' 알고 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층수였다. 여기가 좋고 계속 엄마, 아빠와 살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제일 싫은 것은 아기때 가지고 놀던 '딸랑이'같은 장난감. "애기 때는 좋아했는데. 형아들은 그런거 안 좋아해요." 요즘 들어 '형아병'에 걸린거 같다는 게 시윤이 아버지의 진단이다.
김시윤 어린이
올해 3살인 김태린 어린이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좋다고 했다. 친구들을 보러 어린이집에 가는 것도 좋지만 집에 있는게 더 행복하다고 했다. 엄마, 아빠가 친구들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엄마랑 함께하는 병원놀이. 아빠가 사준 복숭아 인형으로 하는 인형놀이다. 모든 생각의 중심에는 엄마, 아빠가 있었다.
김태린 어린이
큰 집, 좋은 집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김서아 어린이(4세)가 살고 싶은 집은 '작은집'. 작은 집이 귀엽기 때문이다. 집에서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게 "정말 좋다"고 했다. 매일 장난감을 놓고 싸우지만 두 살 어린 동생과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다고도 했다.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이모와 이모부'라는 다소 의아한 답이 나왔다. 인터뷰 직전까지 이모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고 있어서 라는게 서아 어머니의 '변명'이었다. 인터뷰 전날까지는 삼촌과 살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삼촌이 하루 종일 놀아주고 갔기 때문이었다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이모, 이모부라는 서아의 대답이 끝나자 서아 어머니는 다급하게 '엄마랑 아빠는?'을 외쳤다. 다행히 귀여운 작은 집으로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김서아 어린이
집 보다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올해 6살인 박수현 어린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동생과 블럭 놀이를 하는 것'이다. 블럭놀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생과 노는 것. "혼자 놀면 외톨이 같아서 싫어요. 동생이랑 놀면 행복하고, 친구가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제일 싫어하는 것은 엄마, 아빠가 잠만 자는 것이다. 그는 "저랑 안놀아주고, 잠만자니까 싫다"고 말했다. 동생이랑 놀면 되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럼 우리 둘만 사는 것 같잖아요"라고 항의했다.

코로나로 집 밖을 못 나가 답답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수현이가 살고 싶은 집은 1, 2, 3층을 다 쓸 수 있는 넓은 집이다. 그런 집에서 강아지도 키우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는데 그런집에 살면 넓고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엄마 아빠 동생 저 이렇게 사는데 강아지를 데려와서 같이 놀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박수현 어린이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원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11살인 양은설 양은 '넓고 와이파이가 잘 되는 집'을 원한다고 했다. 여기에 화장실도 넓고, 학교랑 가깝고, 편의시설이 많았으면 한다고 했다. 꽤 구체적인 조건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는 "그냥 살기 괜찮아요"라고 평가했다.

중학생인 양은준(13세)군은 햇빛이 잘 들고 창이 크고, 거실이 넓은 산 속 집에 살고 싶다고 했다. 양 군은 "산에 있으면 아침에 공기가 좋다"며 "창문이 크면 낮에 햇빛이 잘 들어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연을 사랑하지만 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컴퓨터라고 했다. '게임을 하기 위해'라는 대답은 영락없는 중학생이었다.

아이들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집에 대한 기준이 실용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 건 3살 태린이부터 13살 은준이까지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의 바람은 크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지금 집에서 사는게 좋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어도 좋다고 했다. 엄마, 아빠만 같이 있다면.코로나19, 부동산 시장 과열 등으로 복작복작했던 한해가 가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서 가정폭력, 아동학대가 늘어난다는 보도도 여전하다. 새해에는 세상 모든 아이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집이 언제나 행복한 안식처가 될 수 있길 바래본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