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코로나 시대, 기업의 5대 경영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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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기업의 5대 경영전략은?"저 멀리 보이는 해안가는 여기에서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임을 믿어라."
삼정KPMG 경제연구원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의 ‘트로이의 해법(The Cure at Troy)’에 등장하는 시 구절이다. 삶의 근원을 탐구하며 인간 보편적 가치를 담은 셰이머스 히니의 시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겪는 경영인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위드·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며 경영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 수립에 힘쓰고 있다. 새로운 현실 속에서 기업들이 추구하는 경영 전략의 방향성은 총 5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로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설계’를 꼽을 수 있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그동안 원자재·중간재 생산과 완제품 가공·조립 등 생산을 여러 국가에 분산시켜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처 발주가 지연되고, 완제품을 공급해야 할 기일 준수에 난항이 거듭되는 등 기업들이 공급망에 대한 원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기업 간 협력 강화, 공급망 내 네트워크의 민첩성 확보,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다.
두 번째는 ‘탈세계화 대응 방안’이다. 자국우선주의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국제 공조 약화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으며, 탈세계화 기조를 보이는 국가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 5000만 인구의 크지 않은 내수 시장을 지닌 국가로 탈세계화 움직임을 뛰어넘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은 주요국 수입규제와 투자심사 강화, 관세와 법인세 등 세금 부담 등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출입선 다변화와 주요 부품 국산화, 새로운 해외 시장 확보 등을 위한 노력도 요구받고 있다. 세 번째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기업의 공급망과 유통망, 마케팅 전략, 업무 환경이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환경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테스트베드에 있던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상용기술로 개발되고 적용 중이며, 단순 기업 단위 디지털화를 넘어 경제 생태계 차원으로 디지털 전환이 확장돼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네 번째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중요시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재무적 요인으로 인한 위기를 겪으면서, 앞으로는 환경을 더욱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견고하게 만드는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중심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가 이전의 경제위기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소비자의 행동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부분이다. 기업들은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며 고객이 중시하는 가치에 집중하는 고객중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새로운 현실 속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빠르게 재수립하는 기업만이 생존을 넘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앞선 5대 경영 전략을 통해 기업은 단기적으로 업무지속계획(BCP) 구축이 가능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위기 발생시 회복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5대 경영 전략을 적기에 수립하고 민첩하게 실행하면 가시성(visibility)이 높고 위기대응력과 복원력을 갖춘 밸류체인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R&D) 고도화와 비즈니스 생태계 확장을 이뤄낼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고객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비재무적 요인으로 인한 위기를 겪은 해로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업이 혁신을 이루며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멀리 보이는 해안가이지만 그 곳이 목적지임을 굳게 믿고 정진하는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고 더 큰 성장을 이룩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