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시댁가는 날인가요" [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월드'와의 트러블은 기혼자가 결혼을 후회하는 순간 중 하나다. 30대 여성 A 씨 역시 오늘도 "아, 내가 결혼은 왜 했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A 씨는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출장이 잦아 주말에도 지방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와 둘이 있다 보니 A 씨는 근처인 친정에 가있기도 했다. 시댁까지의 거리는 2시간. A 씨는 운전이 능숙치 않아 홀로 운전해서 갈 자신도 없었다. 시어머니는 A 씨와 아이가 시댁에 자주 오지 않는다며 못마땅해 하셨다.

시어머니는 A 씨 신랑이 출장에 갔더라도 A 씨와 아이가 시댁에 와주길 바랐다. 명절이나 생신날에는 당연히 남편 없이 대중교통, 택시를 타고 아이와 함께 가야 했다.

A 씨는 "남편 없을 때 오라는 게 정말, 제일 싫다. 명절이나 생신까지는 이해하는데, 그 외에 혼자 시댁에 가는 건 무리"라고 토로했다. 전화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드린다. 카카오톡으로 아이 사진을 보내드리기도 했다. 달마다 용돈도 계좌로 보내드리고 있다. 그래도 시부모의 요구는 충족할 수 없었다. "아가야, 내가 나이가 있어 가기 힘드니 너희가 와야 하지 않겠니"라며 한 달에 최소 1~2번은 오길 바란 것.

A 씨는 "그동안 싸울 일 없던 부부인데, 시댁 방문 때문에 매번 싸운다. 정말 헤어지기 직전까지 간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시어머니가 지방 출장 중인 아들에게 전화해 A 씨와의 사이를 이간질한다는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A 씨에게 "힘들다. 오지 마라"고 하면서 아들에겐 "손자 보고 싶다"며 우셨다고.

그리고 "내가 설거지를 시키니, 밥을 하라고 하니, 오면 편하게 해주는데 결혼할 때 해준 게 없어서 무시하는 거냐"고 남편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며느리에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대했다.

문제는 남편에게도 있었다. 마치 A 씨를 손자 감춰놓고 안 보여주는 며느리로 만든다는 것. A 씨는 "그럴수록 저는 더 가기 싫고,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계속 전화하고, 아들은 또 스트레스를 받고 내게 화를 내는 악순환"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코로나19도 역대급으로 심해졌고, 남편이 지방에 내려간 상태라 지난 주말엔 안 갔다. 아니나 다를까 시댁에선 크리스마스에 오길 바라시는 것 같다. 못 갈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그 이후부터는 안부전화도 받지 않으시더라. 정말 치가 떨린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네티즌들은 "아내 없이 친정에 가는 사위가 몇이나 있을까", "왜 이렇게 상식 밖의 일을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면서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며느리를 비정상이고 무례한 것처럼 몰아간다", "언제부터 크리스마스가 시댁 가는 날이 된 거냐", "남편 없이 시댁 절대 가지 마라", "아내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만족을 못 하시고 나쁜 며느리 만드는데 굳이 욕 먹으면서 노력할 필요가 있나", "아들이 지방에서 일하느라 며느리와 손주를 친정에서 케어해주는데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크리스마스가 명절도 아니고...차라리 남편 쉬는 날 체크해서 애 데리고 남편만 다녀오라고 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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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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