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이어 캐나다까지…국제사회, '대북전단금지법' 비판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연일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도 23일(현지시간) “표현의 자유가 인권 실현을 위해 중요하다”며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럽 인권단체들은 유럽연합(EU) 집행부에 한국 정부에 대해 항의해달라는 성명을 보낼 것이라 예고했다.

캐나다에서 외교·통상 등을 총괄하는 부처인 글로벌사안부의 차트랜드 대변인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의사 표현의 자유가 번영하는 사회의 주춧돌이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캐나다는 세계인권선언,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을 비롯한 국제 인권 조약에 명시된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말했다.유엔 ICCPR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는 주된 근거로 사용돼왔다. ICCPR 19조는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며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접수·전달하는 자유가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도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헌법과 ICCPR상 의무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외교 담당 부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 사실상 비판한 것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가 두번째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RFA에 “북한 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와 다른 국가의 동반자 단체들과 계속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으로의 전단 및 물품 살포를 원천 봉쇄한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남북한 외교와 신뢰 구축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이것이 북한 인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희생시켜가며 이뤄져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비판 입장을 드러냈다.엥겔 위원장은 “미국은 수 년 동안 북한과 같이 폐쇄된 나라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편견 없는 뉴스와 정보 배포를 지원해 왔다”며 “‘북한인권재승인법’은 구체적으로 USB 드라이브와 SD 카드와 같은 수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편견 없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유럽 인권단체들도 개정안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벨기에 인권단체 ‘국경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레 대표는 이날 “항의 서한을 찰스 미셸 EU 상임의장와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게 한국 정부에 항의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유럽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독일 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 대표도 “세계인권선언에 보장된, 국가를 초월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개정안은 독일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5일 47개 국제인권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송한 서한을 독일 외무부에도 전달했다며 독일 외무부와 지속적으로 관련 사항을 논의할 계획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