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이상 모임금지 전국 확대 첫날…"같이 일하는데 밥만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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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모호·홍보 부족에 혼란…단속 실효성도 의문
성탄·송년 특수 실종에 업주들 "최악의 연말" 망연자실"순두부 손들어 주세요.생선구이는 몇명이죠?", "따로 앉아 먹으면 안되나?"
24일 오전 금융가 등 사무실이 밀집한 부산 서면에 있는 한 사무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김 대리는 "오늘부터 한 식당에 5명이상 가면 안됩니다.
다른 자리 앉아 먹어도 안된답니다.
과장님 팀은 생선구이집 가시고, 저하고 몇명은 순두부 집에 갈게요"
'5인 이상 집합금지' 특별 방역조치가 수도권에 이어 전국으로 확대된 첫날.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점심시간 때부터 혼란이 빚어졌다.김 대리가 있는 사무실처럼 규정을 알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식당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등 크고 작은 혼란이 일었다.
◇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데 '밥만 따로'…단속 실효성 의문
정부가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해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시행하는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식당에서 5인 이상 예약을 받을 수 없고, 5인 이상 일행이 함께 식당에 입장하는 것도 금지된다.
8명이 4명씩 두 테이블에 나눠 앉는 것도 안 된다.이를 위반하면 운영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식당 이외의 5인 이상 모임은 금지가 아닌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수도권에서는 식당뿐 아니라 5인 이상 모든 사적 모임도 금지 대상이다.성탄절과 송년회를 겸해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부산 한 갈빗집을 찾은 영업점 직장 일원은 식당 앞에서 난감한 입장을 겪었다.
5명 이상 입장은 안된다는 식당 업주 설명에 "한 사무실에서 쭉 일하는데 식당만 안 된다는게 이해가 안간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식당처럼 규정을 지키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바꾼 규정을 모르거나 알고도 '식당 쪼개기'로 손님을 받은 곳이 더 많아 보였다.
전주 한 식당가 업주는 "안그래도 식당이 텅텅 비었는데 5명이상 왔다고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직장에 있지만 식당에 들어올 때 서로 모르는채 하고 3명, 2명 나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며 반문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순대국밥 집은 점심시간 거리두기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테이블 1개에 7명이 함께 식사하고 있기도 했다.
일행 2명과 함께 이 순대국밥 집을 찾은 송모(34)씨는 "테이블 한 개에 7명이 같이 식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주인에게 따졌더니 아랑곳 하지 않고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 "연말 특수 씨말라" 소상인들 울상…배달 오토바이만 소리만
성탄절과 연말 송년 모임 특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들은 최악의 상황이 왔다며 그야말로 울상이다.
부산시청, 부산경찰청, 선관위, 국세청 등 행정기관이 밀집한 부산 연제구 인근 식당가는 이날 평소에 비해 더욱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이들 기관 직원들 대부분은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행정타운 인근 식당가는 텅 비었고, 오가는 사람도 없어 거리는 한산했다.
부산시청 인근에서 개별 룸을 많이 갖춘 한 식당 업주는 "요즘은 송년 모임을 점심으로 대부분 하는데 어제 오늘 점심 모임 예약은 거의 취소됐다"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입은 손실을 연말 특수에 기대했는데 그나마 물거품이 됐다"며 "이제는 진짜 막막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한 구청 부서는 배달음식을 시킨 뒤 각자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부 직원은 도시락을 싸와 먹는 모습도 보였다.
한 공무원은 "배달 음식 이용률이 너무 높아져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늘어날 것 같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관공서, 오피스텔 밀집 거리는 배달 오토바이만 요란하게 오갔다.식당가로 이름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 거리도 이날 한산했다.
2층 규모에 방 형태로 나뉘어 연말이면 회식 등 각종 모임으로 붐비던 한 한식당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웠음에도 서너명 단위로 모인 3∼4팀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종업원은 "보통 이맘때면 연말연시 예약으로 80% 이상 자리가 꽉 차야 하는데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5인 이상 착석 금지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식당가 사정도 마찬가지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점심시간 마다 북적이던 제주시 일도동 국수거리는 낮 12시가 넘도록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숙박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예약률 50%를 넘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연말 예약률이 다소 늘어났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50%를 지켜려고 손님들에게 취소 통보를 하고 있다"며 "올해 송년 특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 "1명 카트 안 타면 돼" 골프장 꼼수 영업도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골프장의 경우 '꼼수 영업'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인 모임 금지를 권고했지만, 해당 골프장은 현재 캐디를 포함해 5명 경기가 가능하도록 예약을 받고 있다.
캐디가 카트에 타지 않거나 고객 1명이 워킹 플레이를 하면 총원이 5명이 돼도 예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캐디가 카트에 탈 경우는 캐디피가 15만원이지만, 고객이 걸을 경우는 12만원으로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예약 문의 전화에 응대한 한 직원은 "수도권에서 내려오시는 분인지 확인해 수도권분들은 캐디 포함 5명이 되면 예약을 받지 않고 있고,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은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만 5인이상 모임이 강제 사항이고, 나머지 지역은 권고이다 보니 이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꼼수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김선호 박정헌 백나용 기자)
/연합뉴스
성탄·송년 특수 실종에 업주들 "최악의 연말" 망연자실"순두부 손들어 주세요.생선구이는 몇명이죠?", "따로 앉아 먹으면 안되나?"
24일 오전 금융가 등 사무실이 밀집한 부산 서면에 있는 한 사무실.
점심시간을 앞두고 김 대리는 "오늘부터 한 식당에 5명이상 가면 안됩니다.
다른 자리 앉아 먹어도 안된답니다.
과장님 팀은 생선구이집 가시고, 저하고 몇명은 순두부 집에 갈게요"
'5인 이상 집합금지' 특별 방역조치가 수도권에 이어 전국으로 확대된 첫날.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점심시간 때부터 혼란이 빚어졌다.김 대리가 있는 사무실처럼 규정을 알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현장 곳곳에서는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식당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등 크고 작은 혼란이 일었다.
◇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데 '밥만 따로'…단속 실효성 의문
정부가 특별방역 기간으로 정해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시행하는 '5인 이상 집합금지'는 식당에서 5인 이상 예약을 받을 수 없고, 5인 이상 일행이 함께 식당에 입장하는 것도 금지된다.
8명이 4명씩 두 테이블에 나눠 앉는 것도 안 된다.이를 위반하면 운영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식당 이외의 5인 이상 모임은 금지가 아닌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수도권에서는 식당뿐 아니라 5인 이상 모든 사적 모임도 금지 대상이다.성탄절과 송년회를 겸해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부산 한 갈빗집을 찾은 영업점 직장 일원은 식당 앞에서 난감한 입장을 겪었다.
5명 이상 입장은 안된다는 식당 업주 설명에 "한 사무실에서 쭉 일하는데 식당만 안 된다는게 이해가 안간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식당처럼 규정을 지키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바꾼 규정을 모르거나 알고도 '식당 쪼개기'로 손님을 받은 곳이 더 많아 보였다.
전주 한 식당가 업주는 "안그래도 식당이 텅텅 비었는데 5명이상 왔다고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직장에 있지만 식당에 들어올 때 서로 모르는채 하고 3명, 2명 나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며 반문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순대국밥 집은 점심시간 거리두기 테이블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테이블 1개에 7명이 함께 식사하고 있기도 했다.
일행 2명과 함께 이 순대국밥 집을 찾은 송모(34)씨는 "테이블 한 개에 7명이 같이 식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주인에게 따졌더니 아랑곳 하지 않고 영업을 했다"고 말했다.
◇ "연말 특수 씨말라" 소상인들 울상…배달 오토바이만 소리만
성탄절과 연말 송년 모임 특수를 기대했던 소상공인들은 최악의 상황이 왔다며 그야말로 울상이다.
부산시청, 부산경찰청, 선관위, 국세청 등 행정기관이 밀집한 부산 연제구 인근 식당가는 이날 평소에 비해 더욱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거리두기 지침에 맞춰 이들 기관 직원들 대부분은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이 때문에 행정타운 인근 식당가는 텅 비었고, 오가는 사람도 없어 거리는 한산했다.
부산시청 인근에서 개별 룸을 많이 갖춘 한 식당 업주는 "요즘은 송년 모임을 점심으로 대부분 하는데 어제 오늘 점심 모임 예약은 거의 취소됐다"며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입은 손실을 연말 특수에 기대했는데 그나마 물거품이 됐다"며 "이제는 진짜 막막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한 구청 부서는 배달음식을 시킨 뒤 각자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부 직원은 도시락을 싸와 먹는 모습도 보였다.
한 공무원은 "배달 음식 이용률이 너무 높아져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늘어날 것 같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 관공서, 오피스텔 밀집 거리는 배달 오토바이만 요란하게 오갔다.식당가로 이름난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 거리도 이날 한산했다.
2층 규모에 방 형태로 나뉘어 연말이면 회식 등 각종 모임으로 붐비던 한 한식당에는 점심시간이 가까웠음에도 서너명 단위로 모인 3∼4팀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종업원은 "보통 이맘때면 연말연시 예약으로 80% 이상 자리가 꽉 차야 하는데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5인 이상 착석 금지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식당가 사정도 마찬가지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점심시간 마다 북적이던 제주시 일도동 국수거리는 낮 12시가 넘도록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숙박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예약률 50%를 넘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연말 예약률이 다소 늘어났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50%를 지켜려고 손님들에게 취소 통보를 하고 있다"며 "올해 송년 특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 "1명 카트 안 타면 돼" 골프장 꼼수 영업도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골프장의 경우 '꼼수 영업'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인 모임 금지를 권고했지만, 해당 골프장은 현재 캐디를 포함해 5명 경기가 가능하도록 예약을 받고 있다.
캐디가 카트에 타지 않거나 고객 1명이 워킹 플레이를 하면 총원이 5명이 돼도 예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캐디가 카트에 탈 경우는 캐디피가 15만원이지만, 고객이 걸을 경우는 12만원으로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한다.
예약 문의 전화에 응대한 한 직원은 "수도권에서 내려오시는 분인지 확인해 수도권분들은 캐디 포함 5명이 되면 예약을 받지 않고 있고,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은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만 5인이상 모임이 강제 사항이고, 나머지 지역은 권고이다 보니 이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꼼수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김선호 박정헌 백나용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