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치이고 넷플릭스에 밀리고…영화계 총결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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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계 결산
20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든 관객수
신작 줄줄이…넷플릭스 급성장으로 '위기'
"'기생충'으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반면 영화관 관객수는 20년 전 수준으로 폭락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토종 OTT 웨이브, 티빙 등이 급성장함에 따라 영화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던 한국 극장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20년 전으로 후퇴한 수준에 그쳤다. 1월엔 1684만 명에 달했던 극장 관객수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월 737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11월까지 관객수는 약 5843만 명으로 2억 명을 돌파했던 지난해의 28% 수준이다. 전체 관객 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서울시의 영화관은 밤 9시 이후 운영 제한을 시행하면서 크리스마스부터 연말 박스오피스 전망은 '흙빛'이다.
올해 말까지 극장 관객수가 6000만 명을 돌파한다고 해도 이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4년(692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관객수는 IMF 직후인 1999년 5472만 명 수준인 셈이다.
사활 걸었지만 침울한 영화계…'집콕' 늘자 넷플릭스 등 OTT만 '방긋'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11월까지 극장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조2294억원 감소한 4980억 원이었다.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가장 큰 감소율인 4월의 93.4%를 2019년 12월 극장 매출액에 적용한 2020년 12월 매출액 추정치는 123억 원이다. 이 값을 더한 2020년 극장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1조4037억원) 감소한 5103억 원 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2월 중순 코로나19 1차 확산으로 인해 2월 극장 매출액은 전월 대비 56.6% 감소한 623억원, 3월 극장 매출액은 전월 대비 75.5% 떨어진 152억원이었다.
3월 국내 확진자 발생 수가 5000명을 넘으며 4월 매출액은 75억원까지 떨어졌고 5월부터 8월까지 코로나19 안정세와 더불어 신작 개봉으로 서서히 매출액을 회복했으나 8월 중순 2차 확산기 시작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작들은 개봉을 연기하거나 포기하고 넷플릭스 행을 택하기도 했다. 극장에선 독립영화, 재개봉작이 상영이 확대, 돌파구를 모색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 '옥자' 개봉 때만 해도 멀티플렉스의 집단 반발로 개인 극장에서만 소규모로 개봉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2월 극장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 사태로 개봉을 연기하다 결국 4월 23일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해외 세일즈사와 배급사의 법정 공방이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차인표', 200억대 제작비를 들인 텐트폴 영화 '승리호' 또한 넷플릭스 행을 선택했다.
개봉 이후 온라인 공개까지 필요한 기간인 '홀드백'에 대한 합의를 이유로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던 CGV와 롯데시네마도 수익이 바닥을 치자 지난 11월부터 넷플릭스 영화를 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점차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작이 전무한 극장들은 코로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한 작품이라도 더 걸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넷플릭스의 현 시장 점유율은 40% 안팎으로 알려졌다. 업계 2위인 웨이브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며 티빙, 시즌, 왓챠 등이뒤를 잇고 있다.
쿠팡이 OTT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쿠팡 유료회원 500만 명을 끌어오면 단숨에 넷플릭스(360만 명)를 뛰어 넘게 된다.
쿠팡 측은 "쿠팡 와우 회원들이 쿠팡플레이로 다양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기며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오리지널 자체 제작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기생충' 이어…자생력 도모 중인 韓 영화계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를 거머쥐면서 세계 영화계의 이목은 한국에 집중됐다다. 100주년을 맞은 한국 영화계의 경사였다.봉 감독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무려 4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봉 감독과 '기생충'의 기록은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4개의 트로피를 받는 것도 최초이며,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는 것도,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도 최초였다.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최고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마티(1955)' 이후 64년 만으로 역대 두 번째다.
최근 윤여정 주연의 영화 '미나리'가 '기생충'의 뒤를 이어 오스카 레이스 중이다. LA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노미네이트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다.
하지만 골든글로브 작품상 경쟁에서 배제되면서 미국 유명 배우들과 언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골든글로브가 인종차별적인 행보로 '제2의 기생충'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영화계는 여성 영화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 했다. 여성 감독이 연출했거나, 여성 작가가 각본을 썼거나, 여성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는 'F등급(Female rate)' 영화들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임선애 감독의 '69세',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등은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디바', '애비규환' 등 감독과 주연배우가 모두 여성인 경우도 있었다. '침입자', '콜'은 여성 배우가 투톱으로 이끌어가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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