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백신 책임 떠넘기기 도 넘어…文 직접 사과해야"

"대통령 지근에서 자문할 수 있는 의료책임자 선임해야"
"코로나 대응은 총리 중심서 민관합동기구로 전환하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의료 위기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미확보 책임 떠넘기기가 도를 넘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집 회장은 "지금은 정부가 징징대면서 변명이나 늘어놓는, 소아병적 행태를 보여줄 때가 결코 아니다"라며 "코로나19 백신을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초기 확보하였던 많은 나라들에 비해, 우리 정부는 소극적이었다. 초기 충분한 물량 확보에 분명하게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구매 계약한 백신들은 내년 상반기 중 일부 물량이 들어오고, 내년 하반기 중, 대략 9월 이후 일부 물량이 들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2021년에는 우리가 바라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백신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대집 회장은 "청와대, 정부 여당은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해 극히 비상식적인 궤변과 변명,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를 더 상실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는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핵심적 요인이다. 30개국 내외에서 올해 12월 중, 내년 1월 중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언제, 무슨 백신을, 누구에게, 얼마나 접종할 것인지 아직도 예측 불가인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시설의 확보와 의료 인력의 확보 역시 올해 3월, 4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각 개별 전문가들이 강력하게 주장을 했고, 국회 예산까지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11월이 되어서야 관련 사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며 "정부의 중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그간 수없이 제기된 경고와 문제 제기, 각종 제안과 제언에도 불구하고 8개월간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그 결과 자택 대기 중, 병원에서 전원 대기 중,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이 폭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대집 회장은 "코로나19 환자의 폭증으로, 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의 폭증으로 인해 기존 질환자들의 중환자 치료, 필수 진료체계, 응급의료체계가 심각한 위험에 빠져 있다"며 "이는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바로 매일매일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들과 각종 다급한 보고에 기반하여 말씀드리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위기 중의 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국가 재난의 콘트롤 타워는 청와대"라며 "대통령 지근에서 아무런 정치적 외압 없이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최고의료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CMO)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최대집 회장은 "국무총리 중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체제는 코로나19 대응에 한계를 드러냈다"며 "위 조직을 확대 개편하여 민관합동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청와대는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그동안 정부는 "안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백신 확보를 의도적으로 미뤄왔다"고 설명해왔다.

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백신의 구매 결정, 계약 절차에 대한 조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청와대는 그렇게 대통령의 책임을 떠넘기고 싶은가"라며 "피붙이같이, 한 몸같이 일했던 한 식구를 어떻게 한순간에 매도하고 비참하게 만들 수 있는가. 무서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