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성탄' 대형교회들 헌혈 나서…"세상 위한 교회 되겠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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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교회 등 15개 대형교회 헌혈 캠페인
크리스마스부터 내년 부활절까지 매주 진행
"현재 혈액 수급 대단히 심각한 상황"
피는 돈으로 살 수도, 만들 수도 없지 않나요. 기독교인들이 나서 헌혈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국내 대형교회 15곳이 헌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힘을 모았다.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국면에서 일부 교회의 방역 협조 부족으로 비판받았는데, 교역자 중심으로 헌혈에 앞장서 '사회를 향한 섬김'이라는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손잡았다.
대형교회 목회자 모임인 '사귐과 섬김'은 내년 부활절인 4월4일까지 헌혈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 모임의 최성은 수지·분당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혈액 보유량이 위기 수준이란 뉴스를 자주 접했다"면서 "헌혈은 전쟁 중에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염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못하니 그 부분을 교회가 나서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귀띔했다.그는 "'피로회복'이라는 캠페인 이름은 예수의 피로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회복시키자는 뜻을 담았다"면서 "생명의 근원이 되는 피는 돈으로 살 수도, 인간이 만들어 낼 수도 없지 않나. 기독교인들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혈액원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 시기에 10명이 헌혈 하는 게 평상시 100명이 하는 효과를 낸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최성은 목사는 "목사님들과 헌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흔쾌히 연합운동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국에 6만여 교회가 있는데 연합 형태로 하면 우리 사회에 선하고 좋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김승욱 할렐루야교회 담임목사도 "이번 캠페인은 크리스마스부터 내년 부활절까지 이뤄진다"면서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교회가 더 세상을 위한 교회가 돼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져서 더 의미가 깊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특정 교회만 힘쓴다고 되는 게 아니니 더 많은 교회들이 뭉쳐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교회들이 그동안 교회를 위한 교회였지 않았나, 이제는 사회와 세상을 위하는 교회가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지구촌교회 분당성전 7층 헌혈 장소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맞춰 헌혈 침대 간 거리를 넓게 유지했고 대기 공간도 멀찍이 배치하는 등 철저한 방역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지구촌교회 측에 따르면 이날 캠페인을 통해 교역자와 사역자, 사회복지재단 관계자 등 100여명이 헌혈에 동참했다.헌혈하러 온 한 관계자는 "코로나 감염이 심각하지만 혈액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들었다"며 "현장에 와서 보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거리두기를 강조했고 필요한 대화 외에는 다들 말도 잘 하지 않더라. 위기 상황에 기여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고 소감을 전했다.황유성 한마음혈액원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혈액 수급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 늘 5일분 정도 보유해야 하는데 지난주까지 3일분도 채 되지 않는 혈액 보유량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그는 "조금만 늦어도 혈액 수급에 위기가 올 수 있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다행히 기독교계에서 헌혈에 선뜻 동참해줘 정말 힘이 된다"고 했다.
캠페인을 주도한 '사귐과섬김'은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한국교회의 반성과 성찰 속에 출범한 단체다. 참여 교회는 등록 교인 수가 최대 6만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들이다.지구촌교회를 비롯해 남서울교회 동안교회 만나교회 새중앙교회 선한목자교회 성락성결교회 소망교회 수영로교회 신촌성결교회 온누리교회 일산성광교회 주안장로교회 충현교회 할렐루야교회 등이 연합에 참여했다. 이들 교회는 앞으로도 매월 한 차례씩 헌혈을 진행하며 캠페인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했다.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