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박원순 서울시葬은 부적절…피해자 실명공개는 2차가해"

"두 전직 시장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 답변
'박원순 가해자냐' 질문엔 "공소권 없음이라…" 답변 피해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24일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시장(葬)으로 치른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시의 5일장이 적절했느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 "서울시 차원서 5일장 부적절했다…두 전직 시장 사건은 권력형 성범죄"
그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라는 단서를 달면서 "장례 절차를 서울시 차원에서 그렇게 5일장으로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또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라면서 내년 4월 있을 보궐선거의 계기가 됐다는 데도 동의를 표했다.다만 원인을 제공한 집단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 의원의 질의에는 "정부와 연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뭐 답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그는 또 여가부가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지칭하고 피해자 편에 서주지 못했다는 전 의원의 지적에는 "피해자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에서는 현재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흡하다고 여기는 부분들은 최대한 보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다만 정 후보자는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이 성범죄 가해자가 맞느냐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질의에 "오거돈 시장 쪽에서는 어쨌든 본인의 잘못을 시인했고,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는 이미 고인이 됐다"며 "(박 시장은) 어쨌든 현재 사망했고, 그래서 그것이 '공소권 없음'으로 될 가능성이 많다"며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이에 '맞았다는 사람은 있는데 때렸다는 사람은 없는 거나 똑같다'는 전 의원의 질의에 "네, 맞다"고 답했다.

이어 같은 당 김정재 의원이 '박 시장은 가해자인지 아닌지 난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냐'고 추궁하자, "가해자로 고소된 사건인데 박 시장이 사망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특정해서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말씀"이라고 정 후보자는 부연했다.

◇ "피해자 편지·실명 공개는 2차 가해·처벌대상"
정 후보자는 이어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과거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와 실명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2차 가해이자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피해자 2차 가해 논란과 관련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의 질의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또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 대상"이라며 "다시 말하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해자의 실명이 담긴 편지를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정 후보자는 이런 2차 가해가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느냐는 서 의원의 질의에는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여가부에서 취해야 할 피해자 보호 업무라든가 이런 것은 최대한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선거 과정에 저희가 의견을 내거나 개입하는 것은 어렵지만 어쨌든 고위공직자의 성폭력과 관련된 이런 일들이 예방될 수 있도록 여가부로서 할 수 있는 조치와 대책들을 열심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쓴 편지가 개인적으로 쓴 편지가 아니라 비서실 직원들이 다 같이 쓰는 편지였다는 서 의원의 주장과 관련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정 후보자는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2차 가해라고 규정할 수 있다"며 "일단 그것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그다음 상황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 후보는 자신이 지난해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경력단절 여성 문제의 해법으로 과거 '배우자 간 소득 격차가 클수록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이와 관련한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의 질의에 "기자가 그 상황을 굉장히 임의적으로 편집해서 방송에 냈던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돌봄과 노동이 조화되는 사회로 가려면 현재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바뀌어야 하고 외국에서는 이런 제안도 한다고 예로 제시돼 있는데, 기사에서는 제가 경력단절여성을 위해서 이것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식으로 왜곡되게 보도한 부분이 있어서 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과거 충북도 여성정책관 시절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때 '여성이 집에 들어앉도록 하는 정책도 펴시라'는 도의원의 지적을 받고 '예'라고 답했다"는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그는 이 의원이 "장관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자 "반성한다"고 대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