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결정 뒤집은 법원…文 '레임덕'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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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받은 靑 "입장 발표 없다"
추미애 장관 사퇴도 불투명해져

청와대는 24일 윤 총장이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장시간 대책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가정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자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법원 판단에 대한 청와대 의견을 묻는 질문에도 “법원 판단이 늦은 시간에 나왔다”며 “오늘 청와대 입장 발표는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고위 참모진과 전화 통화도 안 되더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행정부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를 결정한 엄중한 비위 행위에 대해 이번에 내린 사법부의 판단은 그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은 행정부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국론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야당은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놨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제 검찰총장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며 “올곧은 법원 판단이 검찰 개혁의 탈을 쓴 검찰 개악(改惡) 도발을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법치주의의 요체가 되는 절차적 정당성과 검찰 독립을 통한 공공복리를 수호하고자 하는 법원의 의지 표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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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와대는 추 장관 등 개각 요인이 있는 부처들과 동시 개각으로 연초 국정 쇄신을 꾀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예상한 연초 개각 구상도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무리한 징계에 대한 추 장관의 책임론뿐 아니라 징계안에 서명한 문 대통령 역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추 장관의 사의 수리 및 신임 법무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 여권과 검찰의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형호/좌동욱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