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구원투수' 영국 존슨, 결국 EU와 갈라서기 성공

2016년 국민투표서 EU 탈퇴진영 이끌어…지난해 7월 취임
일관된 강경전략 한편으로 고비 때마다 직접 물꼬 트기도
영국이 24일(현지시간)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 합의에 도달하면서 예정대로 오는 31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유럽연합(EU)과의 결별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같은 브렉시트를 이끈 주역은 단연 보리스 존슨 현 영국 총리다.

정리되지 않은 다소 어수룩한 듯한 외모, 직설적이고도 화려한 언변을 지닌 존슨 총리는 영국 내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스타 정치인'이다.

명문 기숙학교인 이튼 칼리지와 옥스퍼드대 출신인 그는 언론인으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가 이후 정계에 입문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존슨 총리는 전임자인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난맥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사임하자 보수당 당대표 경선을 통해 지난해 7월 총리직에 올랐다.

존슨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예외는 없다"(no ifs and buts)며,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예정대로 10월 31일 EU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당시 존슨 총리에게는 약속을 실행할만한 정치적 뒷받침이 부재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포함한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하원 내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집권 보수당은 이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존슨 총리는 의회 내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조기 총선이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빼 들었고, 이는 압도적인 과반 의석이라는 성공으로 돌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존슨 총리는 결국 예정대로 지난 1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전상태로 유지하는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을 연말까지 설정하면서 브렉시트인 듯 브렉시트가 아닌 상태가 지속됐다.

영국은 진정한 브렉시트를 위해 다시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불거졌다.

존슨 총리 스스로가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미래관계 협상은 지연됐고, 양측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존슨 총리는 미래관계 협상 내내 기존의 강경한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아예 법으로 이를 못 박았고, EU와 합의 없이도 영국은 번영할 수 있다며 '노 딜'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당초 협상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10월 중순 EU 정상회의까지 EU 측의 태도 변화가 없자 사실상 협상이 끝났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끝까지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영국은 합의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EU 측의 양보를 촉구했다.

협상 실무진에서 쟁점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중단되자 지난 5일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통화를 갖고 협상 재개를 결정했다.

그래도 타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지난 9일에는 직접 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후에도 존슨 총리는 고비마다 EU 측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의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영국이 '노 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꾸준히 내놨다.

이같은 강온 양면 전략은 결국 영국과 EU가 이날 미래관계 협상에 합의하면서 보답을 받게 됐다. 존슨 총리 개인적으로는 EU와의 47년간의 동거를 끝내고 영국의 자주권을 찾은 총리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