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데뷔 기대하고 청춘 쏟았는데 무일푼 해고"…웹툰 작가들 눈물

"스타 작가로 데뷔시켜줄 것처럼 말했는데 결국 희망 고문이었어요.

"
7년 차 웹툰 작가 오모(30대)씨는 작가 지망생 시절부터 웹툰 플랫폼 운영사로부터 여러차례 불공정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오씨는 "대형 플랫폼 업체가 데뷔 기회를 준다고 유혹해 수개월 동안 일을 시킨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일푼으로 쫓아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업계 관행이라며 넘어가기 일쑤였다"고 토로했다. 많은 웹툰 작가들이 오씨처럼 인터넷 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과정에 참여했지만 플랫폼 업체로부터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콘셉트 아트와 캐릭터 시안 제작, 콘티 수정 작업 등에 참여했지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되거나 업체로부터 인격 모독을 당하는 등 갑질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 웹툰작가 10명 중 5명 "불공정 계약 경험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웹툰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가한 웹툰작가 10명 중 5명(52.2%)이 불공정 계약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 젊은 웹툰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 경험률이 61.1%(101명)로 가장 높았다.

신인 웹툰작가 강명일(가명·27)씨는 한 웹툰 플랫폼의 콘티 작업에 석달간 참여해 3회 분량의 결과물을 보냈지만 원작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플랫폼으로부터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

강씨는 "계약서 작성을 거절당했을뿐 아니라 몇 달째 보수도 못 받고 있다"며 "법정 공방으로 가는 것은 회사의 보복이 두려워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업계에 발을 못 들이도록 조처할 것이 걱정돼 소송을 하지도 못한다는 설명이다.

급여를 받지 못한 일부 작가는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모(27) 작가는 "TV에 비치는 일부 유명 웹툰작가를 제외하고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통장을 깨서 생활비에 보태는 작가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플랫폼 업체로부터 피드백을 가장한 인격모독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웹툰 콘티 작업에 참여한 성영기(가명) 작가는 "자고 일어나면 카카오톡 메시지가 3천통 이상 와 있었다"며 "업체 관계자가 내가 그린 남주인공 이목구비가 몰려 있서 특정 개그맨을 닮았다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피드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작가 공도연(가명)씨도 "함께 일하던 작가가 업체에 불공정 관련 불만을 토로한 뒤 퇴사하자 나도 불만이 있을 게 뻔하다며 해고 통보했다"며 "이전에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람이 없으니 쓰는 것이라는 등 인격 모독을 수없이 당했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들 "표준계약서·갑질예방교육 의무화해야"
전문가들은 웹툰 작가들이 고용 안정을 보장받고 갑질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플랫폼 업계가 표준계약서 작성과 갑질 예방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87.1%는 표준계약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표준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5%만 '그렇다'고 답했다.

표준계약서가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업체 측이 표준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병옥 공인노무사는 "추후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자성을 증명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현실적으로 (표준계약서 작성이) 어려우면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등에 계약 조건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노무사는 "직장 내 갑질 문제는 수면 위로 여러 번 떠올랐지만 갑질 예방 교육에 대한 의무 규정이 마련돼있지 않다"며 "성희롱 예방 교육처럼 의무적으로 전 사원이 (갑질 예방 교육을) 이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