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 향응' 日 아베 불기소 처분에 비판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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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사퇴 촉구' 트윗 폭주…우익 성향 산케이도 부정적 반응
고발인 측, 검찰심사회 통한 강제 기소 추진 검토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게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 비판론이 확산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4일 지난 5월 고발장 접수로 시작한 이 사건 수사를 끝내면서 아베 전 총리를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하고, 후원회 대표인 하이카와 히로유키(配川博之·61) 공설(公設) 제1비서에게만 책임을 물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로 벌금 100만엔에 약식기소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문제가 불거진 작년 11월 이후 국회 답변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1차 집권을 시작한 후인 2013년부터 작년까지 후원회를 앞세워 매년 4월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정부 봄맞이 행사 전날에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지지자 등을 도쿄의 고급 호텔로 불러 만찬 행사를 열면서 참가자들에게 음식값 등으로 최저 행사 비용(1인당 1만1천엔)에도 훨씬 못 미치는 5천엔만 받고 차액을 호텔 측에 보전해 주는 방법으로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선관위에 제출하는 후원회의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아베의 직접적인 관여나 비서와의 공모를 입증할 수 없어 혐의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는 '아베 신조 불기소 처분에 항의합니다', '아베 신조의 의원사직을 요구합니다"라는 해시 태그의 게시물이 폭주하고 있다.
불기소가 발표된 당일에만 이런 게시물이 20만 건에 육박했다. "결국 비서가 다 했다는 거네", "일본검찰은 안 돼", "검찰은 죽었다" 등 아베와 도쿄지검 특수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이 게시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24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의원직 사퇴 등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는 취지의 글과 더불어 "미안하지만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와닿지 않는다"라거나 "속이 빤히 보인다"는 조롱성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검찰 내부에서도 비서의 벌금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한 검찰 간부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원칙을 여러 해에 걸쳐 훼손한 것은 가볍지 않은 범죄라며 비서 한 명을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것을 비판했다.
다만 다른 검찰 간부는 "아베 씨에 의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 한 (검찰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수사 결과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고발인들은 검찰이 봐주기 주사를 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아베와 하이카와 제1비서 등 후원회 간부 2명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에는 '벚꽃을 보는 모임을 추궁하는 법률가 모임'을 출범시킨 일본 전국의 변호사와 법학자 등 9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으로 일관했던 아베 전 총리의 정식기소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이달 초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불기소처분을 받자 고발인 측은 전날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간의 논란으로) 국회를 공전시킨 아베의 책임이 무겁다"며 "사죄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인 단체의 간사를 맡은 이즈미사와 아키라(泉澤章) 변호사는 "비서에게만 책임을 지워 약식기소로 끝내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분석해 검찰심사회에 기소 신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뽑히는 공직선거법상의 유권자 11명으로 구성되는 검찰심사회는 일본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장치로 도입한 제도다.
심사회가 검찰 불기소처분의 적정성을 평가해 기소 의견을 내면 재수사를 하게 되고, 재수사로도 불기소 처분이 정해진 뒤 심사회가 다시 기소 의견을 내면 강제기소로 이어진다.
고발인 단체의 사무국장인 오노데라 요시카타(小野寺義象) 변호사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응이었다"며 검찰이 지난 21일 아베를 조사한 것은 불기소를 뒷받침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였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도 이날 사설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아베 전 총리의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아사히신문은 공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검찰 설명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쿄신문은 검찰이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채 비서를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내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래놓고 수사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한 후에야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하고 비서도 독단적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검찰이 비서만 약식기소하는 바람에 검찰심사회를 통한 강제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진상을 규명할 길이 막히게 됐다며 검찰의 처분을 문제 삼았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몰랐다고 해서 책임의 무게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종 의혹을 둘러싼 모든 경위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아베 전 총리에게 주문했다.
/연합뉴스
고발인 측, 검찰심사회 통한 강제 기소 추진 검토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고발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게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 비판론이 확산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4일 지난 5월 고발장 접수로 시작한 이 사건 수사를 끝내면서 아베 전 총리를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하고, 후원회 대표인 하이카와 히로유키(配川博之·61) 공설(公設) 제1비서에게만 책임을 물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불기재) 혐의로 벌금 100만엔에 약식기소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문제가 불거진 작년 11월 이후 국회 답변을 통해 관련 의혹을 전면적으로 부인해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1차 집권을 시작한 후인 2013년부터 작년까지 후원회를 앞세워 매년 4월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정부 봄맞이 행사 전날에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현 지지자 등을 도쿄의 고급 호텔로 불러 만찬 행사를 열면서 참가자들에게 음식값 등으로 최저 행사 비용(1인당 1만1천엔)에도 훨씬 못 미치는 5천엔만 받고 차액을 호텔 측에 보전해 주는 방법으로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선관위에 제출하는 후원회의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아베의 직접적인 관여나 비서와의 공모를 입증할 수 없어 혐의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에는 '아베 신조 불기소 처분에 항의합니다', '아베 신조의 의원사직을 요구합니다"라는 해시 태그의 게시물이 폭주하고 있다.
불기소가 발표된 당일에만 이런 게시물이 20만 건에 육박했다. "결국 비서가 다 했다는 거네", "일본검찰은 안 돼", "검찰은 죽었다" 등 아베와 도쿄지검 특수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이 게시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24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의원직 사퇴 등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최소한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는 취지의 글과 더불어 "미안하지만 (당신이) 무슨 말을 해도 와닿지 않는다"라거나 "속이 빤히 보인다"는 조롱성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검찰 내부에서도 비서의 벌금형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한 검찰 간부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원칙을 여러 해에 걸쳐 훼손한 것은 가볍지 않은 범죄라며 비서 한 명을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것을 비판했다.
다만 다른 검찰 간부는 "아베 씨에 의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 한 (검찰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수사 결과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고발인들은 검찰이 봐주기 주사를 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아베와 하이카와 제1비서 등 후원회 간부 2명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고발장에는 '벚꽃을 보는 모임을 추궁하는 법률가 모임'을 출범시킨 일본 전국의 변호사와 법학자 등 90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으로 일관했던 아베 전 총리의 정식기소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이달 초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불기소처분을 받자 고발인 측은 전날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간의 논란으로) 국회를 공전시킨 아베의 책임이 무겁다"며 "사죄만으로 끝낼 게 아니라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인 단체의 간사를 맡은 이즈미사와 아키라(泉澤章) 변호사는 "비서에게만 책임을 지워 약식기소로 끝내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를 분석해 검찰심사회에 기소 신청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뽑히는 공직선거법상의 유권자 11명으로 구성되는 검찰심사회는 일본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는 장치로 도입한 제도다.
심사회가 검찰 불기소처분의 적정성을 평가해 기소 의견을 내면 재수사를 하게 되고, 재수사로도 불기소 처분이 정해진 뒤 심사회가 다시 기소 의견을 내면 강제기소로 이어진다.
고발인 단체의 사무국장인 오노데라 요시카타(小野寺義象) 변호사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대응이었다"며 검찰이 지난 21일 아베를 조사한 것은 불기소를 뒷받침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였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도 이날 사설을 통해 이구동성으로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아베 전 총리의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아사히신문은 공모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검찰 설명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쿄신문은 검찰이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채 비서를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내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래놓고 수사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한 후에야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하고 비서도 독단적으로 했다고 주장하지만,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검찰이 비서만 약식기소하는 바람에 검찰심사회를 통한 강제 기소가 이뤄지지 않는 한 공개된 법정에서 진상을 규명할 길이 막히게 됐다며 검찰의 처분을 문제 삼았다. 우익 성향인 산케이신문은 "몰랐다고 해서 책임의 무게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종 의혹을 둘러싼 모든 경위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아베 전 총리에게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