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집회도 봉쇄하나…"방역 우선" vs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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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민 집회에 대한 과잉 규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대면 집회뿐 아니라 ‘드라이브 스루’ 집회도 제한한 데 이어 재난 지역에서 사실상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입법이 발의되면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무리 재난 상황이라도 집회·시위를 일률적으로 막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재난 지역서 집합제한·집회 금지
인권위 "집회 자유 과도한 침해"
일부선 "코로나 확산 막아야"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안을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번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이 의원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해 교통을 차단할 수 있고 재난 사태 선포 지역에서는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인권위는 “감염병 확산이나 재난 사태 선포와 같은 긴급하고 비상적인 상황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집회·시위를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든 집회·시위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회·시위로 인한 각각의 위험 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집회 시간·인원·방법·장소 등도 개별적으로 판단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집회의 자유 보호 취지에 부합하다”고 했다.
그동안 방역당국과 경찰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대한 집회를 차단하는 정책을 펴왔다. 최근 노동·시민단체들이 국회에서 청와대 인근까지 240대 차량을 동원한 시위를 예고하자, 서울지방경찰청은 해당 집회신고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하고 차량을 통제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집회 개최 시 불특정 다수의 접촉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집회를 주관하는 시민단체, 노동단체들은 차량 시위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6일 차량 시위를 강행한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는 240 희망차량행진 준비위원회’는 “이런 정도의 차량 시위까지 형사 처벌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떤 국민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차량시위도 원천봉쇄하는 것은 과잉대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 훼손이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법원은 지난 9월 개천절 일부 차량 시위를 조건부로 허용한 바 있다. 법원은 집회를 허용하는 대신 △집회 참가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경찰에 제공할 것 △한 차량에 한 명씩 차량 9대만 참여할 것 △차량 창문을 열지 말 것 △제한된 신고와 차량 이동 경로를 지킬 것 △방역당국과 경찰의 조치를 따를 것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