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빈곤층 272만명…文정부서 55만명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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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反시장 정책에 코로나 겹쳐 일자리 급감
"단순 현금지급으론 한계 … 脫빈곤정책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자리 확충 등 근본적인 탈(脫)빈곤정책은 등한시한 채 단순 현금 지원에만 치중해선 빈곤층 증가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회빈곤층은 지난달 기준 272만2043명이었다. 작년 말에 비해 28만6725명(11.7%) 증가한 수치다. 기초생활수급자가 212만3597명으로 작년 말 대비 약 24만 명 급증했고 차상위계층도 59만8446명으로 약 4만5000명 늘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16만6294명(161만2893명+55만3401명)보다 55만여 명 증가한 수치다. 박근혜 정부 출범 3년6개월간(2013년 3월~2016년 9월) 늘어난 사회빈곤층 수(23만여 명)보다 2.4배 빠른 속도다.
빈곤층 급증에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임시 일용직, 자영업 일자리 등이 급감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30% 이상 오르면서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고용을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빈곤층 증가폭은 더 커졌다. 또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확대 명목으로 중위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무리하게 늘린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조 의원은 “지난 3년6개월 동안 우리 사회 빈곤층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났다”며 “빈곤층 증가는 사회 양극화 확대로 인한 부작용과 함께 정부의 복지 재정지출 증가라는 이중고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층, 올해만 28만명 늘었는데…현금 뿌리기 '땜질 처방'만
文정부 들어 빈곤층 25% 급증…朴정부보다 증가속도 2.4배 빨라
문재인 정부의 사회빈곤층 증가 속도가 직전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하면 2.4배 빠른 수준이지만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효과가 한시적인 ‘현금 뿌리기식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 활성화를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 의욕을 고취하지 않는 한 빈곤층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빈곤층 연간 16만 명씩 증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16만여 명이던 사회빈곤층은 2018년 말 229만여 명, 2019년 말에는 243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달 272만여 명으로, 작년 말 대비 29만명 증가했다. 연간 16만 명씩 늘어나는 꼴이다.전 정부와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시점인 2013년 3월 198만여 명이던 사회빈곤층은 3년6개월 뒤엔 221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후 정권 말인 2017년 5월에는 216만여 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정부 출범 후 3년6개월동안 사회빈곤층 수 증가를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는 23만여 명, 문재인 정부는 55만여 명으로 2.4배 빠르게 증가했다.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는 와중에 ‘기준 중위소득’ 계산 방식까지 임의로 바꿔 수급대상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저소득자 위주로 2차 충격을 가하면서 빈곤층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빈곤층이 늘어난 건 무엇보다 경기가 어려워진 요인이 가장 크다”며 “‘이들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제공해 소득악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는 일자리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구적 빈곤’ 막기 위한 근본 정책 필요
이 같은 지적에도 정부는 근본적으로 빈곤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정책보다는 단순 현금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 차원에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빈곤층의 자활에는 신경을 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활사업’의 정책 효과에 대한 세밀한 분석은 없이 ‘구멍난 독에 물붓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활사업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자의 탈빈곤을 촉진하기 위한 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 참여자들에게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당초 받고 있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이외의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주목적이라 할 수 있는 빈곤층 탈출에서는 별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참여자들이 얼마만큼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자활성공률’은 지난 3년간 꾸준히 하락했다. 2017년 40%였던 자활성공률은 2018년 31.1%로 하락했고, 지난해는 29.1%로 30%를 밑돌았다. 그런데도 이 사업은 올해 국회를 거치며 예산이 오히려 증액됐고 내년에도 6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도 기초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예산은 1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저소득층 산모에게 출산 전후에 지급하는 해산급여, 장례비를 지원하는 장제급여 등과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 장애·아동 수당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 의원은 “사회빈곤층이 국가 지원에만 의존하는 ‘영구적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 빈곤층 확대와 이로 인한 국가의 복지부담 폭증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